개혁주도ㆍ민심통합, 청백리 류관선생
개혁주도ㆍ민심통합, 청백리 류관선생
  • 박현일
  • 승인 2004.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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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면 동오1리 간촌마을에서 약 80m쯤 서쪽으로 들어간 곳에 조선왕조 개국공신이자 명재상이었던 류관선생(1346∼1433)의 신도비와 제실이 있다. 지방문화재 62호로 지정된 묘역은 이곳에서 300m 여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선생은 문화 류씨로 고려 공민왕 20년(1371)에 문과에 급제하여 여러 벼슬을 하다가 조선왕조때 개국 원종공신이 되었다. 태조 6년에 대사성, 이이서 형조ㆍ이조판서를 지냈고 강원ㆍ전라관찰사를 역임하였다. 형조판서 제임시에는‘현대형법의 증거주의’를 이미 그 당시에 채택하는 등 개국 초기 나라의 습속제도를 개혁하는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태종때에는 예문관대제학으로 지춘추관사를 겸직하며‘태조실록’편찬을 주관하였고 세종때에는 우의정으로 승진, 고려사 개수작업을 완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류관선생하면 황희정승과 더불어 조선조 최고의 서민적인‘청백리 재상’으로 손꼽힌다. 조선중기 개혁가 조광조가 왕에게 여쭙기를‘오직 한마음으로 사욕이 없는 이는 유관뿐’이라 하였고‘근세성리학의 정통으로는 포은 정몽주와 유관뿐’이라 말한 기록은 그가 청백리뿐 아니라 학문에 있어서도 후손에게 추앙받았음을 가히 알만하다. 선생은 평소 출ㆍ퇴근 할때 관교(가마)를 타지 않고 걸어다녔다. 또 겨울에도 짚신ㆍ맨발로 지내며, 반찬은 겨울에는 콩장, 여름에는 오이지를 즐겨했으며 손수 호미를 들고 채원을 가꾸는 등 서민적인 생활을 즐겼다. 또한 나라에서 받은 적잖은 녹봉(급여)은 서원의 어려운 후학들에게 지필묵을 사주고 교량가설 등 대중편리와 인근 주민들을 보살피는데 쓰고 자손들에게는 우리 집 보배는‘청백(菁白)함이니 이를 대대로 전하라’하고 누누히 강조하였다. 특히 선생은‘고려말기 정사가 문란하여 탐관오리가 들끓고 수탈이 심하여 민심이 이탈되어 왕조가 망하였고, 신왕(이성계)이 조선국을 세웠으나 아직 백성이 신왕을 믿지 않고 민심이 안정되지 않았는데 관원이 사치하고 호화 생활하면 자연 수탈이 생기고 장차 나라가 어찌 되겠는가’라며 스스로의 몸가짐을 바로잡고 주위를 환기시켰다. 선생이 금륜사라는 절에서 태조 실록과 고려사를 편수할 때 대나무 지팡이에 어린아이를 데리고 시를 읊으며 동대문 밖 사저를 왕래하는 모습이 너무나 서민적이어서 그가 한나라 재상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을 정도라 한다. 조선조 3대왕 태종때의 일이다. 흥인문(興仁門), 속칭 동대문 밖, 오늘날의 숭인동에 대여섯 칸 밖에 안되는 자그마한 집이 있었다. 명색이 기와집이긴 했지만 오래된 집이어서 기왓장이 깨져 있고 여름철이면 지붕 위에 잡초가 수북이 덮곤 하였다. 더욱 볼만한 것은 그 집에는 담장이 없어서 마치 벌거벗은 알몸뚱이와 같았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 현직 예문관 대재학인 류관 선생이란 사실이다. 소문이 마침내 태종의 귀에도 들어갔다. 하루는 태종이 류관선생을 불러‘경으로 말하면 고려조이래 교목세신(여러대를 벼슬한 명문가)의 후예이거늘 담장도 없는 채소밭에 집을 짓고 산다하니 이말이 사실이오?’하고 물었다. 이 일이 있은 후 태종은 선공감(도목과 영선을 맡아보던 관아)에 어명을 내려 자재를 준비하여‘류관선생의 집 담장을 쳐주라’고 명하였다. 허나 그해 여름 장마가 시작되자 류관선생의 집은 부엌 1칸, 대청, 방 3개 모두가 빗물이 새어 우산을 받고 밤을 지새울 수 밖에 없었다. 선생은 주위에서 가옥을 개축하라는 말을 무시하고 비새는 곳만 수리하여 지냈다. 류관 선생의 청고하고 평민적 처신을 읽을 수 있는 단면이다. 그의 이 같은 청빈과 검소한 생활은 모든 관료의 본보기가 되었으며 세종은 황희, 허조와 함께 3대 ‘청백리’로 봉하고 황해도 유천에 그를 추모하는 정계서원을 건립, 사액(현판을 하사)하였다. ==================================== 백운신문, 디지털 양평일보 http://yp.new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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