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논단] 윤 대통령 지역 순회 발표 일부정책 명백한 선거중립 의무 위반 불법이다
[백운논단] 윤 대통령 지역 순회 발표 일부정책 명백한 선거중립 의무 위반 불법이다
  • 양평백운신문
  • 승인 2024.03.1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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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발간한 자료에는 ‘선거중립 의무 위반 우려가 있어 자제를 요청한 사례’로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일자리 창출, 특별소비세 인하, '군사보호구역 해제' 등 각종 정책을 발표하는 행위”라고 돼 있다. 

이는 2000년 1월 선관위 유권해석 사례로, 당시 선관위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으로 인식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자제하도록 해 달라는 신청인의 협조요청을 수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 순회 민생토론회가 11일 기준 어느덧 19회차를 맞았다. 이번에는 강원도를 찾아 춘천에 3천600억 원, 강릉에 2천6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하는 등 각종 투자·지원 정책들을 제시했다. 민생토론회는 지난 1월 4일부터 시작됐다. 초창기 3회차까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상공인 지원 및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 등 기존 국정과제 추진에 활력을 불어넣는 수위 조절했다. 2월 들어서는 주 2~3회씩 빽빽하게 지방 순회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선거운동을 방불케 하는 수준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가는 곳마다 수천억 원을 풀겠다느니, 특히 그린벨트 등 각종 규제를 해결하겠다느니, 도로와 철도를 깔겠다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분명 지금의 행태는 대통령의 일반적인 국정 수행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다분하다.

대통령실이 밝혔던 민생토론회 취지가 실체적 내용을 보면 무색할 정도다. 윤 대통령이 지역 특화 공약을 발표하면 부처 관계자가 이에 부합하는 방향을 설명하고, 지역 주민이나 이해 당사자로 특별히 초청된 민간인들이 해당 정책들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형식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어느 순간부터는 민생토론회를 마친 뒤 해당 지역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며 상인들과 악수하고 마이크를 든 채 연설을 하거나, 지역 주민들이 대거 참석하는 지방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 시작했다. 어떨 땐 “무모한 탈원전 정책”, “이념에 매몰된 비과학적 국정운영” 등 총선 경쟁 중인 이전 민주당 정부를 비난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이번처럼 선거를 앞두고 현직 대통령이 이처럼 현장 설명회는 1987년 이후 거의 접할 수 없었다. 최고 권력자인 현직 대통령의 공정한 선거관리 책임 및 선거 중립 의무는 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원칙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국민들에게는 기존 독재정권에서 경험했던 관권선거 트라우마가 있기에,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선거 기간 행보는 유독 조심스러웠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 부지를 찾은 일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18대 총선을 앞두고 최측근인 이재오 당시 한나라당 후보 지역구 은평뉴타운 건설 현장을 찾은 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대구를 찾아 ‘진박 후보’로 불리던 정종섭 전 장관과 악수한 일 등이 여론의 강한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런 측면들에 비춰볼 때 윤 대통령의 지역 순회 행보를 대하는 대통령실의 인식은 매우 참담한 수준이다. 어느 지역을 가면 그 얘기를 하시는 경우가 있지만, 전혀 그것과 무관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 경우는 해당 지역 이슈들과 연관된 경우다”, “규제 문제 상징적 지역을 방문해 정책 발표가 있었다”, “오래 문제가 있었던 지역들을 찾아 구체적으로 해결해드리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등의 설명을 내놓으며 앞으로도 총선 전 민생토론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런 말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행정안전부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발간한 ‘공직선거법 등에 따른 공무원이 지켜야 할 행위 기준’에는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군사보호구역 해제 등 정부의 각종 정책 발표 ▲국무위원 등 고위공직자의 지방 방문 및 지역 공약 발표 등 행위가 ‘선거중립의무 위반의 우려가 있어 자제를 요청한 사례’로 특정돼 있다.

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일회성도 아니고 무려 19회에 걸쳐 지역을 순회하며 각종 지역 공약 발표를 한 행위는 위와 같이 국가적으로 금기시하고 있는 것으로서, 명백한 선거 중립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선관위가 규정에 근거해 반민주적인 관권선거에 엄중히 제동을 걸어줘야 한다. 이를 간과하면 향후 공수처 수사나 특검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국가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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