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논단]“차라리 날 죽여라”이태원 참사 유가족 절규
[백운논단]“차라리 날 죽여라”이태원 참사 유가족 절규
  • 양평백운신문
  • 승인 2024.01.3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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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무회의를 열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의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30일 오전 10시40분에서 11시께 국무회의가 열린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여 거부권 반대 호소를 위해 모여있던 유가족들이 또다시 무너졌다.

통곡 소리와 한숨 소리만 가득하던 때, 고 이남훈 씨의 어머니 박영수 씨가 소리쳤다. “우리도 죽이고, 우리도 거부해라! 이게 나라야!” 충격에 몸을 가누지 못했던 박영수 씨는 손에 들고 있던 진상규명 촉구 피켓을 갈기갈기 찢었다.

유가족들의 마지막 호소까지 거부한 비정한 정부에 유가족들은 굳게 닫힌 정부서울청사 철문 앞으로 달려갔다. 철문을 흔들며 “차라리 나를 죽여라, 살인정권아”라며 울부짖는 소리가 이어졌고, 경찰이 이를 제지하면서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유가족들이 현장을 빠져나오면서 상황은 마무리됐지만, 온몸에 진이 빠진 채 주저앉아있었던 박영수 씨는 끝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번 국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결정으로 윤대통령은 취임 1년8개월여 만에 9건째를 거부했 다. 명백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할 거부권을 이처럼 남용하는 것은 대화와 타협으로 국정을 이끌어야 할 대통령의 자세가 두고두고 역사에 논란이 될 듯하다. 야당과 국민들 사이에선 도를 넘어선 윤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국정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은 인식에 최근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이 30% 대에 머물고 있다.

앞서 유가족 등 100여명은 28일 서울시청 분향소에서 159배씩 절을 하며 특조위 구성을 담은 특별법의 공포를 촉구했다. 지난 22일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오가는 날씨에도 밤을 새워가며 1만5900배를 진행한 지 6일 만이다. 29일에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오체투지에 돌입할 예정이다. 유가족이 요구하는 것은 보상금이 아니라 소중한 가족이 어쩌다가 비극을 맞게 됐는지를 제대로 밝히고 책임을 가려달라는 것이다. 시민대책회의 등 시민단체도 지난 27일 세종대로에서 특별법 공포 촉구 대회를 열고 거리를 행진했다.

헌법상 대통령에게 주어진 재의요구권은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등 엄격한 조건·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명백한 거부 사유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만 사용하라는 취지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간호법’ ‘노란봉투법’ ‘쌍특검법’ 등을 잇달아 거부하는 등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 이미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취임한 대통령 중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 12일 발표한 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 이유로 ‘거부권 행사’가 2위를 차지한 것은 잦은 거부권 행사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명백한 ‘권력 사유화’다. 국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음을 윤 대통령은 모르는가.

도심 한복판에서 무려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는데, 15개월이 지나도록 진상 규명도, 윗선 책임 문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제2·3의 사회적 참사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반드시 특별법 통과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지체없이 특별법안을 공포해야 한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계속 무책임으로 일관한다면 유가족은 물론 시민의 분노를 불러올 것이다. 이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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