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논단] 해병대 수사 외압, 성역없이 특검·국정조사하라!
[백운논단] 해병대 수사 외압, 성역없이 특검·국정조사하라!
  • 양평백운신문
  • 승인 2023.08.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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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 작업이 정치 권력의 개입으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이 사안은 국가 안보 가치와 이념을 뿌리채 흔들 수 있는 중대사안인 만큼 성역불문 한점 의혹없이 파헤쳐야 한다.

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기 전 초동조사를 벌여 해병대 1사단장 등 장성급 고위간부들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해병대 수사단 박정훈 대령은 보직해임에 항명죄까지 뒤집어썼다. 그리고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권을 빼앗은 국방부 조사본부는 사단장과 여단장 등 장성급 간부들을 혐의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중령급 중간 간부들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으로 결론 냈다. 애초 국방부 윗선이 수사단에 하달했던 사단장 배제 지침이 국방부 조사본부 단계에서 이행된 것이다.

어떤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충분한 인과관계 규명 없이 무리하게 고위직들에게 책임을 돌려선 안 된다. 그러나 인과관계를 충분히 들여다본 주체가 고위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고, 그 판단에 대해 윗선의 승인까지 받았다가 권력 최상부인 대통령실(국가안보실)에 보고된 이후 돌연 최초의 판단과 어긋나는 지침을 하달받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통 이런 상황을 두고 외압이 작용했다고 한다.

박정훈 대령이 언급한 외압의 정황은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된다. 날짜별로, 시간대별로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자신이 어떻게 대응하고, 자신에게 지침을 하달한 윗선의 반응이 어땠는지 매우 자세히 설명했다. 함께 초동조사를 한 수사단원들의 진술도 박 대령의 주장과 대부분 일치한다.

반면 외압의 당사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막연하게 ‘사실무근’이라는 식으로 맞서며, 그들끼리도 엇갈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외압이 아니라고 한다면 합당한 인과관계가 제시되어야 하고, 외압 당사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말이라도 일치해야 최소한의 반론 요건이 갖춰지는 것인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안보실 고위관계자는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하고, 대통령실은 공직기강비서관실을 동원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절차도 없이 외압 주장을 “가짜뉴스”라고 매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 조사 내용을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질책했다는 내용이 담긴 ‘수사 진행 경과’ 문건까지 MBC ‘스트레이트’ 보도에서 공개됐다.

외압을 폭로한 박정훈 대령은 자신이 평생 몸담았던 군 조직으로부터 포위된 상태다. 해병대사령부로부터 징계를 받았고, 국방부 검찰단으로부터는 항명죄 수사를 받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채 상병 사망 원인은 중간 간부들의 관리 책임 때문이라는 정도로 정리되고, 박 대령은 무리한 수사를 벌이다가 항명을 하고 군 조직을 쑥대밭으로 만든 파렴치한 인물로 남을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채 상병의 죽음은 온전하게 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질 것이고, 유가족들은 평생 한을 품은 채 살아가야 한다.

채 상병 사망 사건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항명 사건과 외압 사건이 파생했고, 이제 이들 세 사건은 하나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묶여버렸다. 개별 사건 결론이 서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박 대령 항명 사건을 수사하는 군 검찰단이 박 대령이 항명을 했다고 결론을 내면, 사단장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는 정당성을 잃게 된다. 또 경찰은 사단장 책임이 없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실발 외압도 없었던 것이 된다.

현실적으로 권력에 귀속된 개별 기관의 형식적인 수사에 기대서는 진상규명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특검과 같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제3의 수사기관이 모든 의혹 사안을 한데 묶어 규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렇게 해야 개별 기관에 흩어져 있으면서도 연결고리로 묶인 각각의 수사를 일원화해 개별 사안의 왜곡을 방지하고, 수사 자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정치권은 모든 사건 관계인들을 국민들 앞에 소환해 진실을 추궁받도록 하는 국회 국정조사 절차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박현일기자 hi53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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