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논단] 사형선고 받은 남로당 출신 박정희와 괴뢰만주군 출신 독립군 토벌 백선엽도 역사에서 지울 건가?
[백운논단] 사형선고 받은 남로당 출신 박정희와 괴뢰만주군 출신 독립군 토벌 백선엽도 역사에서 지울 건가?
  • 양평백운신문
  • 승인 2023.08.28 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제강점기 일제괴뢰정부 만주군 출신으로 독립군을 토벌했던 백선엽 장군 흉상 설치를 검토한다니 이게 정상적인 대한민국 정체성입니까? 그렇다면 현충원에 있는 조선남로당 출신 및 여순사건 주동자로 미군정에서 사형선고까지 받고 백선엽에 의해 특별 사면받은 박정희 묘소도 파묘해야죠"양평 용문면에 산다는 이모씨(67)의 말이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가 단체들은 “국군의 역사적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헌법적 처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국방부가 육사 교정에 있는 독립영웅 5인의 흉상을 철거·이전한다고 해 국민들의 저항과 공분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 자리에 국가보훈부가 ‘친일’ 기록을 삭제해준 백선엽 장군 동상과 한·미 동맹 공원을 세우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국군의 뿌리인 독립군의 역사마저 지우려는 것인가. 역사인식 문제 이전에 헌법 정신마저 부정하려는 모습이 개탄스럽다. 천인공로할 일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육사에 공산주의 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되느냐에서 논란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5인 중 홍범도 장군(1868~1943)의 1920년대 소련 국적 취득 및 공산당 가입 이력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일제 식민지배에 저항하고 싸운 선조들은 1945년 8월15일까지 독립될 조국의 정체가 자유주의 국가일지, 공산주의 국가일지 알지 못했다. 각자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이라고 믿은 길을 택했을 뿐이다. 국방부 논리대로라면 해방 정국에서 남로당 조직책으로 활동하며 육사 전신인 국방경비대 제1연대 장교양성소를 좌익 장교들의 온상으로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 흔적도 지워야 할 것이다.

정권이 역사 해석에서 자신의 이념적 지향을 반영하려는 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윤석열 정권의 행보는 결국은 모두 실패한 이명박 정권의 건국절 제정, 박근혜 정권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지금 윤석열 정권의 모습은 한국 사회에 확립된 ‘해방 전 독립운동’의 공감대마저 깨려 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특히 1962년 박정희 대통령은 홍 장군에게 건국훈장을 추서했고, 2021년 홍 장군 귀환·유해 안장식엔 국민의힘 대표도 참석했다. 그때는 독립운동 헌신을 앞세우고, 지금은 소련 공산당 가입을 문제 삼는 이중적 잣대가 아닐 수 없다.

홍범도 장군은 일제 강점기 항일 무장투쟁의 상징적 인물이다. 1920년 봉오동 전투에 이어 김좌진 장군과 함께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영웅이기도 하다.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했지만, 당시엔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공산주의·사회주의를 받아들인 독립운동가가 상당수 있었다. 광복 2년 전인 1943년 사망해 북한 정권 수립과도 관련이 없다.국방부 논리대로라면 국방부 청사 앞 홍범도 장군 흉상도 철거돼야 하고, 박근혜 정부 시절 진수한 잠수함 ‘홍범도함’(1800톤급) 역시 이름을 바꿔야 한다. 이런 코미디가 어디 있나.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뉴라이트 사관에 입각해 항일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폄하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번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움직임 역시 학문적 연구와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역사마저 제멋대로 재단하려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광복회가 “일제가 민족정기를 들어내려 했던 것과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홍준표 대구시장도 “항일 독립전쟁 영웅에 공산주의 망령을 씌워 퇴출시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등 역풍도 거세다. 편협한 이념 잣대로 국군의 정통성과 독립투쟁의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민통합위원회 회의에서 “오른쪽 날개는 앞으로 가려 하고 왼쪽 날개는 뒤로 가려 한다면 그 새는 날 수 없고 떨어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과연 누가 뒤로 가려고 하는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정권이 앞장서서 정부와 반대되는 목소리 자체를 공산주의와 연결지으며 부정하는 것은 합리적 토론을 차단하는 태도이다. 정부가 ‘공산주의 척결’을 외치지 않아도 선현들의 독립운동 평가는 시민들의 자유롭고 상식적인 토론장에서 먼저 걸러진다.

윤석열 정권이 역사에 대해 보여주는 과도한 이념적 재단과 편가르기는 한국 사회의 성숙·통합과도 반대로 가는 길이다

백운신문/양평방송 박현일기자 hi5305@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