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뭐가 무서워? 장관 경질후 대통령과 총리가 나서 백지화 철회하라!
[사설] 뭐가 무서워? 장관 경질후 대통령과 총리가 나서 백지화 철회하라!
  • 양평백운신문
  • 승인 2023.07.1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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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전문가 참여 노선 확정 바람직, 여론조사 및 군민투표 지역 분열 조장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이 일었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당정이 아예 백지화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7월6일 여당 의원들과 당정협의를 마친 뒤 "제가 전적인 책임을 진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해서는 노선 검토뿐 아니라, 도로개설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이 '백지화' 이유로 든 것은 야당의 의혹 제기다. "김건희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우리가 말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야당이 문제제기를 한다는 이유로 국책사업을 아예 중단하다니,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런 식이라면 야당이 반대하는 사업은 다 포기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야 마땅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정부가 손을 떼야하고, 이른바 수능의 킬러문항도 그대로 두어야 할 판이다.

더구나 이 문제와 관련한 야당과 언론의 의혹 제기는 충분히 합리적이다. 2017년부터 추진되어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고속도로 건설 계획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변경됐다. 그 종점 인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누구나 의문을 가질 만한 정황이 충분하다. 이런 의혹이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 정책 변경의 과정을 공개하고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그런데 갑자기 '다 그만두겠다'는 식으로 나온 것이다.

시쳇말로 '기분 나빠서 못 하겠다'는 건데 설마 큰 돈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을 이런 식으로 다루는 것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앞으로 나올 더 큰 의혹이 두려워 문제를 덮으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 그래서 나온다.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지 않고서야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 하는 말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17년 국토부의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에 반영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2008년부터 시도됐지만 경제성이 없어 반려되다가 6번 국도가 상습 정체에 시달리면서 대안으로 급속히 떠올랐다.

원 장관의 “날파리 선동” “필요하면 다음 정부에서”라는 발언은 지나치다 못해 금도를 넘어섰다. 지역 발전을 기원하는 주민과 교통 체증을 호소하는 이용자는 안중에 없는 장관으로서 무책임한 대응이다.

총선을 9개월 남겨둔 여야가 갑자기 공세를 멈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치인의 비리나 거친 언행에서 비롯된 정쟁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오랜 기간 주민들의 요구가 있었고, 국토부 도로 계획과 기획재정부 예타를 거치며 수많은 전문가가 검토를 거듭한 사안이다.

지금까지 예타를 통과한 고속도로의 경우 주민 의견, 기술적 가능성, 경제성 등을 고려 대안을 공론화 하면 된다. 이번도 다를 게 없다. 정부는 감정적 대응 대신 변경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의사결정은 없었는지 엄정하게 조사해 공개해야 한다. 백지화했다고 이미 나온 의혹까지 해소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동시에 고속도로 건설은 차질없이 다시 진행돼야 한다. 양평주민과 전문가, 지역언론이 참여하는 독립적 기구를 통해 노선을 확정해 정치적 논란을 극복해야 한다. 근거 없이 던지는 의혹 제기나 무책임한 정치적 공방은 선거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나라 경제와 지역 주민의 삶에는 해악일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간 온갖 문제에 다 관여하는 대통령이 이 문제에만 입을 꾹 닫고 있어서는 안 된다. 1조7천여억원이 훌쩍 넘어가는 사업이 장관의 한 마디에 백지화되는 것을 대통령이 그냥 두고 보아선 안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 가족의 문제이기도 하니 더욱 그렇다. 하루아침에 대규모 국책사업을 뒤로 물리고, 대통령까지 이를 방관한다면 의혹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다.

총리와 대통령이 나서 국토교통부장관을 경질하고 백지화 철회를 직접 지시하는게 가장 빠른 수습이자 정부여당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정부여당의 여론악화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백운신문/양평방송 박현일기자 hi53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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