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원 배다리, '총체적 부실 '침수후 재설치 "오리무중"
세미원 배다리, '총체적 부실 '침수후 재설치 "오리무중"
  • 양평백운신문
  • 승인 2023.06.0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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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P 소재 등 물품조달 차질, 내년 상반기 완공될듯

목선 부식으로 다리 일부가 가라앉아 결국 철거된 양평 배다리의 재설치가 지연되고 있다.

7일 경기 양평군에 따르면 배다리는 조선후기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인 현륭원을 찾기 위해 한강을 건널 때 배 수십척을 연결한 다리를 만들어 건넜다는 사료를 바탕으로 제작된 일종의 부교(浮橋)다.

지난 2012년 8월 총25억원(도비 및 지사특수비 15억, 군비 10억)을 투입, 두물머리와 세미원 사이 개미기도랑 245m 구간에 52척의 목선 다리(열선舟橋) 를 설치하는 사업을 완료했다.

양서면 두물머리와 세미원 사이에 설치된 열선주교형 배다리는 목선 위에 합판을 덧대는 형식으로 제작됐으나,물과 닿는 목선 부분이 썩어 들어가면서 지난해 2월 다리 일부가 침수됐다.

침수에 앞서 안전 문제를 발견하고 사용중단 조치를 내렸던 군은 배다리 보수가 마땅치 않자 재설치 쪽으로 방향을 잡고 목선 부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총 26억5천만원을 예산을 들여 FRP(강화섬유플라스틱) 소재의 배를 사용키로 결론짓고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에 당초 이르면 연꽃이 절정인 올 6~7월까지는 배다리가 재설치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으나,행정절차 등의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다가 최근에는 물품 조달 문제까지 겹쳐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 시공업체 선정 절차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이기는 하지만, FRP 배를 조달하는 과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 정확한 착공 가능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다.

FRP소재의 배 제작부터 다리 재설치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강 위에 설치되는 배다리의 특성상 동절기 공사가 불가능한 점까지 감안하면 준공 시점이 내년 상반기로 늦춰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양평군 관계자는 “현재 시공업체 선정과 물품 조달계약이 진행되고 있으나, 조달청에서도 이런 방식의 공사가 거의 없다보니 입찰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단은 준공은 금년말까지 생각하고 있으나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배다리→부잔교로 대체

경기도 1호정원 세미원 내 배다리는 역사성을 가진 정조대왕 배다리 복원 차원이 아닌 세미원과 두물머리를 연결하는 부잔교(浮棧橋) 형태로 건립한다.

부잔교는 육안(陸岸)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두고 폰툰(Pontoon)이라고 부르는 상자형 배를 띄워 이것과 육지 사이를 도교로 연결한 접안시설로 배를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놓고 그 위에 판재를 건너질러 만든 부교인 배다리와는 차별된다.

양평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해 4월 세미원 배다리 보수공사 실시설계 용역보고회를 열고 파손된 배다리를 부잔교 형태로 다시 만들기로 잠정 결정했다.

보고회에선 1.목선(전통선박) 2. 부잔교(폴리에틸렌)+조형배(목재) 3.유리섬유강화플래스틱(FRP) 선박 4. 지주식 다리 5.출렁다리 등 5개의 형식을 놓고 어떤 교량이 적합한지 논의했다.

목재가 침수 부패되고, 동절기 결빙과 해빙이 반복되며 배가 뒤틀림과 중량을 이기지 못한 점이 파손의 원인인 만큼 근본적인 부식문재를 해결해야 한다는데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역사 고증에 충실하고 친환경적인 소재여야 한다는 전문가와 주민 의견 등이 나오면서 목선이나 FRP 방식으로 부잔교를 건설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

지주식 다리와 출렁다리 등은 건설비가 과다하게 소요된다는 이유로 사실상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런데 2012년 정조대왕이 화성 행차시 한강에 설치한 옛 배다리를 재현을 주도했던 최상호 전의원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초 역사복원이 핵심이었던 만큼 한선으로 배다리를 복원시 목재를 전통방식 소금물 등 특수처리할 경우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으며 부잔교 추진은 크게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 2012년 배다리 복원 최초 설계도면을 제공한 국가 무형문화재 한선 제작자가 양평 인근에 거주하고 있어도 어느 누구도 자문을 구하지 않했다"며"국가정원 추진 문제도 50여년간 팔당규제와 투쟁하며 지역 현안을 꿰뚫고 있는 지역 원로들의 지혜를 경창할 필요가 있다" 섭섭함을 표했다.

당시 배다리 복원을 여러차례 지적했던 양평군의회 박현일 전의원은 "2011년 말 우리문화가꾸기 주최로 열린 학술 심포지움에서 245m 구간을 모두 52척(예비용 8척 포함)의 실제 목선을 열수주교 형태로 연결, 역사적 문헌상의 주교도(舟橋圖)와 노량주교 도섭도(鷺梁舟橋 渡涉圖)를 최대한 재현 , 역사성 복원에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만 10년을 사용한 세미원 배다리는 2021년 12월과 지난해 2월 2차례 침수가 발생하며 파손됐다.

■ 배다리 중국산,주먹구구 땜질

지난 2018년 양평군과 세미원은 배다리기 장기간 침수 부식되자 행락객 안전을 위해 대대적 방수공사를 했다. 당시 44척 모두 침수현상이 발생해 사실상 안전진단 등 대책이 시급했으나 세미원측은 수익적자를 면치 못해 군에 추가예산 배정을 요구치 못하는 난맥상에 빠진 것.

배다리 부실은 2012년초 정조대왕 배다리 모형의 2분의1로 축소된 설계도면만 중국측에 주고 삼리 등을 할수 없어 목선이 들어온 첫날부터 물이 스며 붉은 고무페인트로 수차 보강해 땜질공사를 완료했다.

이후 다시 부식과 침수현상이 재발돼 2018년 총사업비 1억5천6백여만원 투입, 목선 외부 방수작업을 통한 사용시한 연장에 급급했던 것.

문제는 당시 군이 안전진단도 없이 응급처방식 외부에 비닐천막을 이용해 배 밑창 외피를 감싸는 작업을 했다는 것. 목선이 침수돼 부식이 이미 진행됐지만 당장은 비닐로 감싸 눈가리고 아웅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추가예산 확보에 대한 군의회 및 군민의 질타와 부실시공에 대한 감사 등을 피하고자 미봉책에 급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세미원측은 "땜질식 보수공사를 통해 4~6년은 버틴다"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할 정도 안전진단을 외면한채 시공업체의 땜질식 보수에 의존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안전진단후 부식정도가 심한 배부터 연차적으로 철선 등을 제작해 겉에 나무질감 소재를 입혀 견고한 부력체를 접목해야 한다는 기술적 자문은 있었지만 사단법인 세미원 부실경영으로 군과 군의회 예산 확보 및 승인이 사실상 불가했다는 공직계의 당시 상황 설명이다.

당시 세미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양평부군수와 배다리 보수공사에 관련 이사회의도 열리지 않아 세미원 운영시스템이 엉망이라는 지역언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 목선 안전검사 등 총체적 부실

배다리 침수에 대한 문제는 설계도면 부실,중국위탁 부실제작, 땜질식하자 보수, 관리부실, 안전검사 회피 등 총제적 문제점을 노출했다. 선박안전법에 따르면 목선의 경우 선령이15년으로 돼 있다.

침수 현상이 보고된 2021년 11월부터 2개월간 수중 정밀안전점검을 한 결과 길이 175미터 가운데 128미터에 설치던 목선이 낡아 침수되고 있음을 확인했다.이후 철거 방침을 정하고 2022년 5월부터 철거공사에 착수했다.

한편 세미원 배다리 조성 사업은 착공전부터 문제점이 지적됐다.지난 2011년 임시회 예결특위에서 박현일 의원은 “목선은 취약점이 빨리 부식되는 데 문제가 있다”며 “보통 10년을 넘지 않는다.부식방지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향후 유지관리비가 폭주할 것”이라고 지적 했다.

 

박현일기자 hi5305@hanmail 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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