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한여름에 살 빼느라 혼났어요”
문소리 “한여름에 살 빼느라 혼났어요”
  • 백운신문편집부
  • 승인 2005.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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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의든 아니든 문소리(31)는 매우 정치적인 이야기들을 언급하게 만드는 여배우였다. 그의 출연작들은 우리 역사와 정권의 이면을 다각도로 응시하거나(박하사탕ㆍ1999, 효자동이발사ㆍ2004), 지체장애인의 거의 모든 모습을 온몸으로 쏟아냈고(오아시스ㆍ2002), 성정치학과 섹슈얼리티에 관한 도발적인 교재가 되어 국내외에서 읽혀왔다(바람난 가족·2003).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을 적극 지지 표명하기도 한 그녀는 한 감독으로부터 ‘한국의 제인 폰다’라는 말까지 들었다.(제인 폰다는 최근에도 이라크전 비판 버스투어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사실 그때그때 본인의 상식에 따라 활동하고 연기했을 뿐인데, 주변에서 자꾸만 ‘정치성’을 부여해서 더 그런 인상을 주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이번엔 확연히 다르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감독 이하)이라니. 교수라는 지체 높은 신분에 ‘은밀하다’는 수식어를 붙여놓으니 왠지 모르게 더 많이 비밀스럽고, 야릇한 로맨스가 떠오른다. 남자 교수들은 물론 방송사PD 등 주변의 뭇 남자를 홀리는 지방대 여교수 역할이다. 엄청난 과거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바람난 가족’의 연장선상에 놓인 캐릭터인 것 같기도 하지만 트레이닝복 대충 입고 이웃집 고등학생을 놀려대던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영화를 촬영중인 양수리 종합촬영소 세트장에서 만난 그녀는 외모에서부터 이전과 달랐다. 깊은 트임에 윤기 흐르는 보라색 정장 옷자락 사이로 눈에 띄게 살이 빠진 그녀의 몸이 엿보였고, 교수의 지성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으로 터치한 짙은 화장이 그녀의 얼굴을 꾸미고 있었다.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에 높은 하이힐도 잊지 않았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비롯한 갖은 다이어트법을 동원해 살을 뺐단다. 촬영 들어가기 전 거울 보고 매무새를 다듬으며 신경 쓰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번은 피부관리사분이 저보고 힘들겠다고 하더라고요. 5명과 베드신을 촬영하니 얼마나 고생스럽겠냐고요. 그런 건 아니거든요.”(웃음) 영화 내용이 ‘여교수의 1:5 애정행각’이라고 알려지면서 생긴 오해다.


‘여교수…’에서 문소리가 연기하는 조은숙 교수는 남자들의 뻔한 마음속을 들여다보듯 알고 주변 남자들을 쥐락펴락하며 적절히 이용하고 즐기는 여자다. 여기에 석규(지진희)가 새로 부임한 만화창작과 초빙교수로 등장한다. 조교수가 즐기던 남자들과 달리 젊고 잘생겼다. 둘은 서로 떠보기만 하고 잘 돼가는 건 없는데도 다른 남자들의 집착과 질투로 인해 이들의 과거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날 촬영분은 조교수가 석규를 회식자리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 모든 남자들이 자기를 처음 보면 관심을 드러내는데 석규는 본체만체다. 공연히 신경이 거슬린 조교수가 슬쩍 시비를 거는데 이 남자, 결코 기죽지 않는다.

 

문소리는 지진희를 꼬나보는 눈초리만으로 ‘넌 뭔데 나한테 호감을 안 갖느냐’는 말을 만들어낸다. 이후 만만치 않은 줄다리기가 이어질 태세다. “사회적으로 정~말 멀쩡한 사람들인데 이 인간들 사는 모습이 정말 웃기다는 거죠. 그게 비난이나 비아냥이 아니라, 말 그대로 멀쩡한 우리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만드는 코미디예요.”


 

  문소리는 촬영장에 기운을 북돋아주는 배우로 유명하다. 보통 배우들이 자기 캐릭터에만 몰입하기 바쁜 데 비해 문소리는 극의 맥과 흐름, 감독이 잡아내지 못하는 여자의 심정까지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다고 이 영화의 오가원 프로듀서는 자랑한다.

 

 얼마 전에는 촬영에 바빠 생일을 챙기지 못하는 제작부 막내에게 두 손을 잡고 노래선물을 해주기도 했단다. 현장에선 지진희와 이상한 경쟁이 붙기도 했다. 문소리가 스태프 70~80명에게 삼겹살을 한턱 내면 그 다음날 지진희가 불고기로 대응하는, 묘한 분위기가 형성돼 매니저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문소리는 “풍자적이고 2번, 3번 볼수록 더 웃기는 코미디여서 매력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며 “나도 웃길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며 웃었다. 그는 “같은 캐릭터라도 작품만 좋고 저를 필요로 한다면 얼마든지 할 것”이라며 “굳이 다양한 작품세계를 구성하려고 의도하지는 않는다”고 연기관을 밝혔다.


그럼에도 관객은 올 하반기 다채로운 문소리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촬영을 마친 ‘사과’(감독 강이관)가 후반작업 등의 문제로 개봉이 늦어지는 바람에 10~12월 사이 관객과 만날 예정이고, 역시 개봉이 연기된 ‘엄마얼굴 예쁘네요’(가제·박흥식)가 10월 중, ‘여교수…’도 11월 중 개봉이 계획돼 있어 각각 20대 커리어우먼, 중학생의 엄마, 교수 역할로 등장하는 그의 모습이 한꺼번에 스크린에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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