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톱모델 친모녀?!
화가와 톱모델 친모녀?!
  • 백운신문편집부
  • 승인 2005.08.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견 화가 이인하(59)씨. 눈(雪)을 흰색으로 칠하는 게 아니라 배경을 그려 표현하는 '안 그리는 것이 그리는 것'이란 양각화법의 수채 산수화가 전문인 한국화가. 개인전 11차례. 화단의 거목인 청전 이상범(1897~1972) 선생의 손녀인 그는 자신만의 이름으로 서고 싶다는 이유로 국전에 일절 응모하지 않았다. 부친의 월북, 두 딸의 어머니로서 이혼과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던 병마가 그의 삶을 이리저리 가로지르고 있다.

 

수퍼모델 오미란(33)씨. 1992년 제1회 한국수퍼모델 선발대회 2등의 경력으로 화려하게 연예계 데뷔한 그는 94년 아시아 메가모델대회 금상을 받았다. '여자가 사랑할 때' '연애의 기초' 등 드라마에 출연한 경력도 있다. 현역 '톱 모델'이자 동서울대 겸임교수.


화가와 모델. 연배로나 경력으로나 언뜻 겹쳐지지 않는 두 사람이다. 그러나 주위에선 그들을 '친구같은 모녀'라고 부른다. 실제 모녀 사이는 아니지만.


2000년 경기도 일산의 한 문구점에 함께 들렀을 때의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주인=두 분이 닮았네요. 따님이신가 보죠.


▶이씨=네? 네~.


▶주인=어떻게 이렇게 예쁜 따님을 낳으셨어요.


▶이씨='끙'하고 낳았죠.


이씨는 그날 이후 한동안 오씨를 '끙아'라고 불렀다며 두 사람은 크게 웃었다.


이들이 처음 만난 건 96년 초가을. 이씨의 양평 작업실을 오씨가 선배와 함께 우연히 찾았다.


"선배가 드라이브 간다고 하기에 무심코 따라나선 곳이 선생님 작업실이었어요. 눈이 정말 반짝반짝한 분이 계시더라고요. 그림은 맑은 호수 같았고요. 그 연세에 어떻게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는지…"(오씨)


"참 예쁜 아가씨가 들어서더라고요. 화장도 안한 얼굴이 참 수더분하데요."(이씨)


그 뒤 이런저런 모임에서 스치는 일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레 가까워졌다고 했다. 오씨는 이씨의 전시회 때 목걸이와 화분을 선물했고 이를 계기로 연락하는 일이 잦아졌다. 요즘엔 하루 몇 번씩 통화하는 사이란다. 실제 모녀 이상이다.


"무슨 일이든 다 상의해요. 늘 도움되는 말씀을 해주세요. 제 마음이 아플 때 얘기를 다 들어주시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시죠. '아가야 아파하지 마라. 엄마가'라는 식이죠. 그러면 정말 마음이 쫙 풀려요."


이에 질세라 이씨도 오씨에게 받은 메시지를 보여줬다. 오씨의 여덟달 된 조카 사진, '출장갑니다, 계림으로'등등 이었다.


"가끔 '청주 엄마'(오씨의 부모님은 청주에 거주)를 보고 왔어요라고 보고해요. 난 '서울 엄마'인 셈이죠. 그럴 때는 질투도 나요"라는 이씨.


서로에게 불만은 없을까?


이씨는 "좋은 일만 있으면 쉽게 친해지나요. 요철이 있어야 해요. 좋기만 하면 미끄러지죠"라고 했다.


오씨는 "인연이란 게 어떻게 올른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인연은 진짜 그런 것 같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