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야수와 미녀’ 촬영현장 류승범
영화 ‘야수와 미녀’ 촬영현장 류승범
  • 편집국
  • 승인 2005.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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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병을 곧바로 잡을 리가 없을 거라고. (병을 던지겠다고) 마음을 먹는 시간이 좀 있어야지.”

 

영화 ‘야수와 미녀’(감독 이계벽) 촬영이 한창인 지난주 양수리 영화종합촬영소 세트장. 동건(류승범)이 재즈바에서 자신의 연적인 준하(김강우)를 향해 맥주병을 집어던지는 장면이다. 보다 자연스러운 ‘1컷’을 위해 류승범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한다. 이계벽 감독과 동료들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맥주병을 지그시 손에 쥐는 게 좋을까, 화가 나서 낚아채듯 재빨리 잡는 게 자연스러울까. 류승범은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보고 쉴 새 없이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의논하고 토론한다. 이를 위해 수십명의 스태프가 조명과 카메라 세팅을 다시 해야 함은 물론이다. 촬영 사이 분장을 다듬는 중에도 이런 동작, 저런 동작을 연습해보는 류승범의 고민은 그칠 줄 모른다. 7번째 반복촬영이 이어진다. ‘이 병을 그놈에게 던질까’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잽싸게 맥주병을 낚아챈다. 점점 더 거친 숨을 몰아쉬는 류승범. 재즈바에 불이 꺼지면 냅다 병을 집어던진다. 이윽고 감독의 OK사인이 떨어진다.

 

동건이 맥주병을 집어든 건 ‘나만의’ 그녀였던 해주(신민아)에게 ‘딴 놈’ 준하가 접근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재즈바에서 잔뜩 분위기를 잡으며 그녀를 유혹한다. 하지만 동건은 그놈을 막아설 수도, 해주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도 없다. 다만 훔쳐볼 뿐이다. 사정은 이렇다. 어릴 적 사고로 앞이 보이지 않는 해주를 위해 동건은 그녀의 눈도 돼주고 손과 발도 돼주며 사랑을 나눴다.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하는 해주에게 동건은 허풍을 떤다. 실제로는 커다란 흉터에다 외모에 자신이 없는 그였지만 ‘킹카’처럼 생겼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아뿔싸! 해주가 수술을 받고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이후 동건은 해주에게 하와이 출장을 갔다고 말해놓고 그녀 주변을 맴돈다. 그런데 현직 검사에다 실제로 ‘킹카’인 준하가 그녀 앞에 나타난 것. 저놈을 어떻게 떼어놓지? 해주는 남자친구가 곧 하와이에서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11월 개봉을 앞둔 ‘야수와 미녀’의 줄거리다.

 

촬영현장 공개 후 짧게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류승범은 뚜렷한 주관을 드러냈다. 그는 영화에 대해 “못생긴 남자와 잘생긴 남자의 미녀 쟁탈전을 그린 영화가 아니다”라며 “기존의 ‘야수’에 대한 인식과는 다른 드라마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생각하기에 따라 다른 사람의 외모나 성격의 어떤 부분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주 작은 점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장르 안에서도 ‘할 말을 하는’ 연기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영화 속에서 성형외과를 찾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성형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고 한 인터넷매체 기자가 묻자 류승범이 곧바로 받아쳤다. “내가 기자였다면 그런 질문을 받았겠나. 기자 여러분을 보면서 ‘저 분은 얼굴에 어딜 좀 고쳐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포장된 말로 꾸미기보다 솔직한 주관을 보여줄 줄 아는 류승범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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