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가볼만한 수종사
비오는 날 가볼만한 수종사
  • 백운신문편집부
  • 승인 2005.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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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태양과 비의 계절이다. 눈부시게 작열하는 땡볕의 뜨거움도 굵은 장대비 앞에서는 멈칫한다. 불과 물의 거친 순환으로 여름은 그렇게 역동한다.

 

비가 오면 많은 이들은 떠남을 주저한다. 그저 방에 틀어박혀 날씨만 탓하는데 이는 우중(雨中) 여행의 참맛을 모르기 때문이다.

우산을 받쳐 들어야 하는 약간의 수고와 몸이 젖는 불쾌함이 있을지라도, 비가 그려 내는 ‘수채화’에서만 가능한 참 풍경을 얻을 수 있다면 매우(梅雨)조차도 반갑고 반가울 터.

서울에서 멀지 않은 빗속 여행지 2곳을 안내한다.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똑, 똑, 똑’ 낙수 소리 가득한 풍경 속으로.

●  수종사

 

북한강과 남한강. 두 물줄기가 만나는 두물머리, 양수리. 팔당댐에 가로 막힌 거대한 호수가 빚어 내는 절경은 가까이 할 수 있는 이들에겐 축복이다. 양수리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남양주시 조안면의 수종사(水鐘寺)다.

운길산(해발 610m)의 중턱(400m)에 걸터앉은 자그마한 사찰이다. 절로 오르는 산길은 시멘트로 얼추 ‘반포장’ 됐다손 치더라도, 좁고 가파르다. 비오는 날 차로 미끄러운 길을 오르자니 불안하다. 걸으면 40분(2.3km) 걸린다는데 차를 두고 올걸, 후회가 밀려든다. 찻길 5분이었다.

겨우 겨우 올라 일주문 앞에 차를 대고 우산을 펴 드니 그제서야 숲길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다. “근교에 이처럼 멋진 절길이 있었다니.” 쏟아지는 빗줄기에 물을 먹은 초록은 싱그러웠다.

사찰의 뜨락 아래엔 양강의 물줄기가 합쳐지는 장쾌한 그림이 펼쳐졌다. 과연 조선의 문호 서거정이 ‘동방의 사찰 중 최고의 전망을 가진 사찰’이라 격찬할 만하다.

빗줄기 커튼 너머로 뿌옇게 모습을 드러낸 두물머리. 초록 사이를 내리 긋는 ‘빗빛(雨色)’으로 가득한 강물은 잠자는 호수처럼 평온했다. 주위의 산자락은 아스라이 물안개를 피워 올리고 있다.

대웅전 지붕 밑으로 비를 피해 들어섰다. 우산을 두들기던 ‘두둑, 두둑’ 빗소리가 멈추자 기와를 타고 내려와 떨어지는 빗물 소리가 들려온다. 다이아몬드보다 영롱한 물방울이 직하해 울리는 소리, “차작, 차작” 맑게 감겨 온다. 쉴새 없이 그려졌다 사라지는 원의 물결에서 눈을 떼지 못 하는 것은 그 맑은 소리 때문인가.

조선 세조가 금강산 유람을 다녀오는 길 양수리에서 묶다가 한밤중 난데없는 종소리에 잠을 깼다고 한다. 부근을 조사해보니 바위 굴에 18나한이 있었고 굴 속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종소리처럼 울려 이곳에 절을 짓게 했다 한다. 수종사의 유래다.

산세를 크게 해치지 않고 들어선 사찰의 마당 한쪽에는 차를 얻어 마실 수 있는 삼정헌(三鼎軒)이 있다. 두물머리 풍경 가득 새겨진 통유리에 빗방울 부딪는 소리 들으며 마시는 차의 풍미를 어디에 견줄 수 있겠는가. 찻값은 따로 받지 않는다. 고마움이 넘친다면 시주함에 따로 성의를 표하면 된다.

수종사는 지척에 한국의 ‘시네마 천국’인 서울종합촬영소를 두고 있다. ‘취화선’의 야외 세트에서는 초가 지붕의 운치를 느낄 수 있고, 사대부 가옥을 옮겨 놓은 전통 한옥 세트 ‘운당’에서는 너른 대청에 앉아 맑은 빗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두물머리의 느티나무는 비오는 날이면 안개 속 풍경으로 살아 나 가슴을 휘감는다.

6번 국도를 타고 양평 방향으로 가다가 봉안터널을 지난 직후 45번 도로로 빠져 나온다. 양수대교 앞에서 청평 방향으로 1.8km 가면 왼쪽에 수종사 이정표가 보인다. 400m쯤 진입하면 산길 입구다.

 

 수종사 종무소 (031)576-8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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