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소리산 불타는단풍 ¨오메~¨
양평소리산 불타는단풍 ¨오메~¨
  • 신문사
  • 승인 2004.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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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한기가 도는 게 늦가을 맛이 제법 나는 때다. 이맘때 떠나는 산행은 실로 상쾌한 기분을 듬뿍 안겨준다. 단풍잎들은 절반쯤 떨어져 푸짐한 낙엽길을 이루고, 땀 식히기에 딱 좋은 서늘한 바람은 해맑은 물소리를 타고 쏟아져내린다. 가벼운 산행으로 늦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간다. 양평 단월면 석산리의 소리산(479.2m)은 낮은 산답지 않게 아득한 바위절벽을 거느린, 작지만 큰 산이다. 번잡한 도시권에서 웬만큼 떨어져 있어 탈출감을 느끼며 당일 산행을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절벽쪽으로 다가가지 않는 한 산길이 그리 험하지 않은데다,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골짜기가 아름답고 전망까지 좋아 가족 산행지로 알맞다. 왕복 3시간이면 충분하다. 328번 도로변 ‘소리산 금강산’이란 쓰인 돌이 있는 민박집 옆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맑은 개울(산음천)로 내려서면 벌써 물가로 치솟은 절벽들이 만만찮은 경관을 보여준다. 바위벽에 걸린 늦단풍들이 서늘하다. 물 건너 아늑하게 열린 숲길이 등산로다. 팻말 보고 왼쪽 골짜기 지류를 따라 오르면 군데군데 밧줄이 설치된 다소 가파른 산길이 시작된다. 서리 맞아 떨어져내린 단풍잎들이 길을 덮었고, 나뭇가지엔 아직 굳세게 매달린 붉고 노란 단풍잎들이 길어진 햇살을 받고 빛난다. 자그마한 폭포 줄기들의 해맑은 소리가 잦아들면서 산길은 왼쪽으로 꺾이고 굴참나무 무성한 능선길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전망 빼어난 절벽이 드러나기까지는 다소 지루한 돌밭길. 산의 서쪽지역인 왼쪽으로 아득하게 주차장이며 민박집, 328번 도로가 내려다보이는 곳이 이른바 전망대로 불리는 곳이다. 눈을 들면 멀리 보이는 높고 후덕한 봉우리는 가평군 설악면에 접한 봉미산(856m)이다. 바위틈에 소나무가 몇 그루 박혀 드리워져 있어 제법 운치가 있는 전망대다. 그러나 깎아지른 절벽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더 오르면 밋밋한 작은 봉우리가 나타나고 완만한 굴참나무숲길이 이어진다. 다람쥐며 청설모들이 줄달음치는 낙엽길이다. 가랑잎 닮은 새들이 내려앉아 소란을 떨다 가면 딱따구리 깊은 울림이 은은히 드러난다. 낙엽은 갈수록 두툼하니 발길에 채이는데, 오르막 바위 밑에 ‘바람굴’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바위틈에서 여름엔 찬바람이, 겨울엔 더운 바람이 나온다는 곳이다. 축축한 바위틈에 손을 대니 미미한 온기가 느껴진다. 바위들이 무성해지면 정상이 가까워진 것이다. 바위틈을 타고 몇번 오르내리면 돌비석과, 출세봉이라는 팻말이 있는 정상에 이른다. 둘러보면 용문산·중원산·봉미산·장낙산·매봉산 등 경기·강원 경계지역의 산줄기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북쪽 바로 산밑으로 내려다보이는 마을은 물레울(문례)이다. 산음천 냇가에 옛날 두개의 물레방아가 있어 붙은 이름이다. 이 마을은 328번 지방도가 뚫리기 전까지 양평지역에서 손꼽히는 오지마을이었다. 이 마을에 4대째 살고 있는 박복선(65)씨가 들려준 소리산에 얽힌 이야기 한 토막. 소리산의 본디 이름은 수리산이다. 정상 동쪽 밑에 수리 형상을 한 바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 노인들에 따르면 수리의 부리가 물레울을 향하고 있었는데, 물레울에서 먹이를 쪼아 산 너머 마을에 집어 던지기 때문에 예부터 마을이 가난했다고 한다. 그러나 5~6년 전 여름 수리바위에 벼락이 떨어져 바위가 깨졌고, 그 뒤로는 마을이 꽤 살만하게 됐다는 얘기다. 요즘 물레울은 여름이면 피서객들이 몰려들고, 취·장뇌삼 등을 재배해 살기가 훨씬 나아졌다고 한다. 정상에서 동쪽 하산길로 잠시 내려가면 깨진 수리바위를 볼 수 있다. 하산길은 물레울쪽과 소향산장쪽으로 잡을 수도 있으나 물레울쪽은 경사가 심한 편이다. 등산로 방향표시는 잘 돼 있으나, 팻말들에 적힌 정상까지의 거리는 잘못된 경우가 많다. 정상 부근 바위틈 오를 때 머리 조심해야 한다. ※여행정보 소리산 가는길=서울에서 44번 국도 타고 양평과 용문 지나 단월 팻말이나 비발디파크 팻말보고 빠져나와 좌회전한다. 2㎞쯤 가면 덕수교차로, 328번 도로 따라 좌회전해 다리 건너자마자 아래소정삼거리에서 산음휴양림쪽으로 우회전, 직진하면 12㎞쯤에 오른쪽으로 ‘소리산 소금강’ 돌간판이 나타난다. 먹을거리=등산로 들머리 부근의 민박집들에서 토종닭·매운탕 등을 하지만 주로 단체고객을 받는다. 물레울 지나 석산리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직진하면 대명비발디파크 부근에 음식점들이 많다. 묵을곳=등산로 들머리 부근에 방이 7개인 무릉도원(031-774-7303)과 방이 3개인 소리산소금강별장(031-771-0482) 등 민박집이 있다. 3만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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