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오리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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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
  • 승인 2001.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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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억새풀 몸 비비며흐느끼는 가을 들판 위에하얀 낯달이 울고 있다철조망 안에서는날카로운 쇠줄 소리지뢰밭에는요란한 폭음소리한숨소리 눈물소리그 산정(山頂)에는신음소리신음소리억새풀 흐느낌에는소리도 많다서러운 소리도 많다(26)우리 바라는 모든 것스며들 듯 고요한 빗소리가을비 소리귀기울이면 슬플 때 즐거울 때기쁠 때 노여울 때이제는 보듬고 잊을 법도 한데거기 따스한 너는 아직도 서 있다가을비빗소리황금빛 가슴앓이(27)논 가운데 남루를 걸치고 서 있던내 아는 허수아비는 외롭지만 정겨웠다그런데 지금 여기떼지어 서 있는 요란한 옷차림의허수아비는 양평의 귀신 같구나언제였던가강제로 동원된 장정들이서로 총 겨누며 연출했던비극처럼허수아비들은 울고 있었다참새들도 떠나고들판은 텅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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