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없는 학교가 ``약체 청소년`` 만든다
운동없는 학교가 ``약체 청소년`` 만든다
  • 신문사
  • 승인 2004.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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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는 커지는데 갈수록 허약해지는 아이들패스트푸드 + 컴퓨터=비만화…체격↑체력장 없어지고 다이어트도… 체력↓ 우리나라 초·중·고교생의 체력 저하가 심각하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남학생보다 체력 저하 속도가 더 빠르다. 키와 몸무게 같은 체격은 해마다 커져 서구형으로 변하는데, 체질은 정반대로 나날이 허약해져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왜 나타날까. 매년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체력 및 운동능력을 측정하는 교육인적자원부와 의료계 등에서는 식성 변화에 따른 비만학생 증가(남학생) 무리한 다이어트(여학생) 학교 내 체육시간 단축 체육이 입시와 무관한 과목으로 전락한 점 등을 주요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고려대 윤도경(가정의학) 교수는 “지방 성분이 많고 칼로리 높은 햄버거나 감자 튀김류, 닭 튀김 등을 주 메뉴로 하는 패스트푸드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특히 최근 햄버거나 콜라 1인분의 양이 점점 커지면서 아이들이 비만화되는 경향이 짙다”며 “아이들이 학교 갔다 오면 학원 가고 컴퓨터 하느라 뛰어노는 시간이 줄어든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처럼 쉽게 살이 찌게 되자 여학생들은 ‘날씬한 게 최고’라는 풍조에 휩쓸려 무리한 다이어트를 해 체력이 더 저하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 시작된 ‘7차 교육과정’에서 ‘재량 활동’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체육 등의 교과시간을 줄이고, 체육이 입시에 거의 반영되지 않게 된 점도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 서울 녹천중학교 배용호 체육교사는 “7차 교육과정이 시작되면서 체육시간이 중학교 1·2학년은 예전처럼 주 3시간 이지만 중3과 고1은 주 2시간으로 줄어버렸고, 고2·3학년은 체육이 선택과목이어서 아예 체육 수업을 안 받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교육부에서 학생체력 업무를 담당하는 김영윤 학교정책과장은 “고입·대입 때 치러야 했던 체력장 시험이 중학교는 1994년, 고교는1995년 폐지됐고, 요즘 대입 전형 때 체육 내신점수를 보는 대학들이 거의 없어 학생들이 체육교과에 신경 쓰지 않는 측면도 많다”고 말했다. 과거 학생 체력검사 종목은 100m 달리기, 제자리 멀리뛰기, 턱걸이(여학생은 팔굽혀 매달리기), 윗몸 일으키기, 던지기, 오래달리기 등 6종목이었으나, 1999년부터 윗몸 일으키기, 제자리 멀리뛰기만 그대로 남고 나머지 종목은 50m 달리기, 팔굽혀 펴기(여학생은 팔굽혀 매달리기), 오래달리기 및 걷기, 앉아 윗몸 앞으로 굽히기로 바뀌었다. 비만을 부르는 식습관 및 무리한 다이어트 풍조나 체육시간 감소 외에 최근 학생들의 ‘인성(人性) 변화’를 원인으로 꼽는 전문가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구력을 측정하는 종목들의 기록이 더 나빠진 점은 참을성이 없고 힘든 일을 기피하는 요즘 아이들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청 이진영 체육담당 장학사는 “여학생의 경우 특히 운동 등 몸을 움직이는 일을 싫어하는 성향이 있어 억지로라도 운동시켜주지 않으면 자꾸 비만해지고 체력은 떨어진다”며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등·하교하게 하고, 학교·학원 가는 것 뿐 아니라 운동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같은 조사 결과가 나오자 체육시간을 늘리고 식생활 습관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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