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하는 국민들의 의식
성숙하는 국민들의 의식
  • 이영희
  • 승인 2009.06.0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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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평]뿌리깊은 노예근성에서 벗어나야


노예근성은 일반적으로 피지배자가 갖고 있는 성정(性情)을 뜻한다.

힘 있는 자에게 의존하고 약한 자에게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노예근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처음부터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살아온 지 반세기가 지났어도 기성세대 일부는 정신적으론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간혹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마치 자신이 귀족이 된 듯한 착각을 하며 행동하고 있지만, 정신적으론 누군가 강한 자에게 의존하려는 노예근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역사와 무관치 않다. 고대국가들의 경우 사료가 빈약하여 예를 들 수 없지만, 적어도 고려 후기부터는 확연히 알 수 있다. 즉, 송(宋)나라로부터는 정신적 이데올로기인 유교를 받아들이고 원(元)나라로부터는 힘으로 억압을 받아 국가(지배세력) 스스로도 주인의식을 갖고 있지 못했다.

조선왕조 500년도 마찬가지다. 백성들은 소수 지배세력인 양반들로부터 지배를 받아야 했고 왕과 양반들은 늘 명(明)과 청(靑)에게 굽신거려야 했다. 뿌리깊은 사대주의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도 변함없었다.

그 후 18세기부터는 전 세계적 변화의 소용돌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오로지 사대주의와 유교적 이념속에 갖혀있는 사이, 우리보다 조금 일찍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힘을 비축한 일본에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기고 다시 온 나라가 피지배자로 전락했다. 이 때의 지배세력은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왕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거나 외세(일본)에 빌붙은 사람들이다.

약 40여년을 숨죽이며 살아 온 우리 민족은 비극적인 남북전쟁을 치루고 강대국 원조에 의존하다 곧바로 군사정권에 의해 오랜 기간 강압적인 통치에 길들여진다.

다시 말해 80년대까지 대다수 국민들은 강대국에 의존하는 것이 국가안위를 지키는 것이고 국가권력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라 여겼다.


우리 국민들이 뿌리깊은 노예근성에서 벗어나 주체의식을 찾게 된 것은 90년대 부터다.

문민정부에서 그나마 인권을 논하게 됐고,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자 국가 권력기관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소외받은 사람들도 권리를 주장하게 되었다. 남북관계도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민족적 차원에서 접근하게 됐다.

참여정부에선 보다 구체적으로 국민이 곧 국가이고 국가가 곧 국민이라는 의식이 사람들 마음속에 파고 들었다. 지도자가 그렇게 생각하고 실행했기 때문이다.

이 무렵 권위주의 정권에서 최고 권력기관이였던 국정원과 검찰 등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포기하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는 듯 했다. 외교정책도 사대주의에서 벗어나 자주적 외교를 채택했다. 사람들은 비로서 ‘나를 지배하는 그 무엇은 존재하지 않고 이 세상에서 자신이 주인’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강대국(일본국)으로부터 지배를 받아왔고, 외세의 의한 6.25전쟁을 경험했거나 군사정권으로부터 강압적인 통치에 길들여졌던 기성세대들은 뭔가 불안했다. 따라서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등과 같이 탈권위주의나 주체의식을 강조하는 정책에 무조건 반대했다.

그리고 10여년, 국민이 주체인 탈권위주의를 경험한 세대가 막상 새 정권이 들어서 다시 강압정책으로 회귀하자 자아(自我)를 깨닫기 시작했다. 전후세대 중심으로 뿌리깊은 노예근성에서 벗어나려는 순간이다.

진보정권의 10여년은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뿌리깊은 노예근성에서 벗어나 스스로 이 세상의 주인임을 깨닫게 한 의미있는 시대였다.[맥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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