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가정불화 증가 … “평소 대화 중요”
불황 속 가정불화 증가 … “평소 대화 중요”
  • 신문사
  • 승인 2004.06.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월 여성긴급전화 1366을 통해 “남편에게 맞았다. 도와달라”는 주부 권영현(가명,31)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권씨는 6개월 째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한다. 권씨는 “남편이 예민하고 소심한 성격이긴 했지만 나를 때릴 사람은 아니었다”며 “회사생활이 힘들다더니 결국 돈이 사람을 바뀌게 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가정폭력 검거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경찰청은 지난 5월 가정폭력 검거건수가 1626건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대비 6.5%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검거인원도 1811명으로 10.2%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도별 가정폭력 검거건수도 지난 98년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이후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여 99년 1만1,850건에서 2001년 1만4,583건, 지난해 1만6,408건으로 늘어났다.여성긴급전화 이문 상담원은 “카드 빚 또는 보증 등으로 비롯된 경제적 어려움이 폭력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불황의 장기화가 가정폭력의 원인 중 하나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생활고에 폭력 휘두르는 남편 증가 서울 여성의 전화 김혜경 상담팀장은 “2~3년 전만해도 남편의 상습적 구타를 참다 못해 상담을 요청하는 40, 50대 여성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폭력성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며 상담을 요청하는 젊은 여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긴급전화 경기 1366’ 최정화 사무국장은 “1/4분기 통계에 따르면 전화 상담자 중 20, 30대의 젊은 여성이 35%를 웃돈다”며 “경제난에 따른 부부갈등과 이혼문제가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내로부터 학대와 무시를 당한다고 호소하는 남성도 적지 않다. 지난해 남성의 전화에 의뢰한 상담 가운데 여성에 의한 남성 폭력이 1142건에 달했다. 이옥 소장은 “과거 여성이 남편의 폭력과 외도, 고부갈등으로 고통을 받은 것처럼 요즘은 아내의 폭력과 외도로 인해 괴로움을 호소하는 남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문제로 이혼 급증, IMF와 닮은 꼴 지난해 11월 상담전화를 건 이창명(가명, 33)씨는 “1년째 이혼해 달라는 아내와 억지로 살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자신의 실직 후 아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부간의 대화도 귀찮아 하더니 결국 “다른 남자가 생겼다”며 이혼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20년 동안 중견 건설업체에서 근무하다 명예퇴직한 박성환(가명, 45)씨는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의 성화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하다”며 최근 남성의 전화를 찾았다. 박씨는 “아내의 이혼 요구는 명예퇴직 보다 더 분하고 황당하다”며 “이미 떠난 아내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것 같다”며 끝낸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가 급증하는 이혼을 막기 위해 ‘이혼 전 상담 절차 의무화’라는 극약 처방까지 들고 나왔지만 개인주의가 갈수록 확산되고 장기적인 경기 침체까지 겹쳐 이혼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혼이 16만 7,000건으로 2002년보다 15.0%나 급증한 가운데 특히 ‘경제 문제 때문에 헤어졌다’는 이혼 사유가 6건 중 1건 꼴에 달해 경제 사정으로 인한 가족 해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반영했다. 이옥 소장은 “경제문제로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 때문에 힘들어 하는 남편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씁쓸해 했다. 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 소장은 “퇴직 후 가정불화를 막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가정경제를 부부가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조언했다.“아이들 기죽게 하기 싫어 쉬쉬하기 보다는 경제상태를 투명하게 설명해주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남편 혼자의 책임감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든요. 또 남편들이 평소에 부인에게 애정을 표시하고,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아내가 갑자기 이혼을 요구하지는 않아요. 쌓였던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겁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