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주년 광복절에 드리는 증손자의 편지
제63주년 광복절에 드리는 증손자의 편지
  • 정병기
  • 승인 2008.08.0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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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주년 광복절에 드리는 증손자의 편지


증조부님 죄송합니다.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에 부끄럽습니다.


오로지 나라의 독립과 광복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항일독립운동 하신다는 이유로 집안으로부터 괄시와 천대는 물론 이웃들로 부터나 친일파로부터 온갖 수난과 핍박 그리고 따가운 문총을 받으며 오로지 외길을 걸으시며 광복을 위해서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험하고 궂은일 마다하지 않은 채 전념하시다 일제의 수사망에 걸려 체포되어 경성형무소에서 모든 책임과 집을 홀로 진채 한 많은 생을 마감하신 증조부님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고 저려와 증손자가 목 놓아 울고 가슴을 치고 살아 온지도 언 30년이 넘었답니다.


증조부님 구천을 맴돌지 마시고, 외로워 마시고 편히 잠드십시오.

그래도 이 증손자가 있기에 증조부님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거증자료를 찾아 전국을 다니며 동분서주하고 있답니다. 증조부님의 의로운 항일투쟁과 군자금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독립의 원천이 되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니까요?


그런데 증조부님이 경성형무소에서 외롭게 투쟁하시다 돌아가신지 80년만에 일본은 또 “독도영유권주장 망언”을 늘어놓고 있으며 우경화에 따른 신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며 침략의 근성을 드러내고 있어 온 국민이 분개하며 성토하고 있답니다. 막대한 경제력과 기술력을 무기로 영토 확장의 야욕을 버리지 못한 채 독도를 넘보고 있어 지혜롭고 신중하고 대치하고 있답니다. 선열들께서 도와주시고 굽어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아직도 많은 미 발굴 독립유공자와 그 자손들이 선조에 대하여 한 풀어주어야 할 때라고 외치며 노력하고 있지만 그 갈 길이 그리 쉽지 않으며 많은 세월이 지나는 동안 관련 자료가 서ㅗ실되거나 인위적으로 폐기되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랍니다. 후손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고 꿈에라도 선몽으로 도와 주셨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답니다.


아직도 그날의 함성이 들리는듯하지만 미 발굴 독립유공자 가족과 자손들의 울분소리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조국의 독립과 광복을 위해 혼신을 다해 일제와 맞서 싸우다 현장이나 형무소에서 사망하신 분들에 대한 예우와 처우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아직도 미 발굴 독립유공자 자손들이 아픔과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선 안 될 것입니다.


건국60주년이자 광복 제63주년을 맞아 여기저기서 행사소리가 들리지만 문제는 많이 남아있답니다.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친일문제가 청산되었는지 여부와 진정한 광복과 해방의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3.1민족정신의 계승과 과거사는 반드시 제대로 정리되어야 할 것이라고 보며, 대충 덮어놓고 잘해보자는 식의 과거사 정리는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으며 이는 애국선열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살벌하고 암울했던 민족의 암흑기인 일제 강점기에 나라의 주권을 되찾기 위한 나라 잃은 국민들의 독립운동과 민중봉기를 일으킨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재정립되는 계기가 반드시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방 이후 현재까지 많은 독립운동가 자손들의 상당수가 배움의 길에서 멀어진지 오래고 가난 때문에 먹고 사는 일에 매달려야 하는 형편이고, 일제강점기하에서는 독립운동가의 가족이란 이유로 감시와 멸시 그리고 온갖 천대와 모진박해를 받으며 살아야 했는데 지금도 힘겹게 사는 자손이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 조상이나 선조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여유가 없으며, 오늘도 일부 자손들이 관련 자료발굴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많은 자료들이 소실되거나 소각처리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일어난 이후라 찾기란 매우 어려운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독립운동 관련 문서는 역사적문서로 반영구적인 보존서류임에도 그 중요성이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개탄스러운 현실이 되고 말았답니다.


몇몇 자손들이 조상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거증자료를 찾아 힘겹게 동분서주하지만 관련 자료는 누군가에 의해 없어지거나 6.25전쟁 중에 사라진 경우가 많아 자손들이 자력으로 찾을 수 있는 자료는 그저 전해오는 말이거나 전해들은 증인 그리고 제정 호적에 형무소 수형기록이 있는 것이 전부인데 해당부처인 국가보훈처에서는 독립유공자임을 인정받아 명예회복을 하고자 하는 후손들에게 상세한 거증자료나 무리한 자료를 요구하고 있는 현실이다 보니 가슴만 답답한 노릇이랍니다. 이제는 후손들에게 자료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가족들에게 아님을 반증하는 자료를 내 놓아야 하지 않을까 반문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에 대한 예우를 국가가 마땅히 나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현실은 그렇지 않으며, 8.15 광복절이나 3.1절 행사에서 애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위해 묵념하는 게 그들을 위한 전부가 아닌가 생각하며, 이런 일회성 겉치레 행사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편히 쉬게 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시신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영혼들이 눈도 못 감고 구천을 맴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상기해야만 할 것입니다. 저승에서라도 그들의 자손들이 이렇게 돌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구천을 맴도는 혼령자신도 아마도 가슴을 치고 통분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8.15 광복절이 진정한 민족의 광복절이 되기 위해서는 8.15와 3.1정신을 계승하고 친일역사 청산과 독립유공자 발굴이 시급하며, 더불어 해외의 관련자료 수집을 위한 노력도 절실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독립운동가 명예회복과 자손들에 대한 관심이 급선무이며 이제는 후손들에게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정부가 앞장서 부처 간 유기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발굴을 진행해야 한다. 90여년이 흐른 현재 경성형무소에서 오로지 조국의 광복과 독립을 위해 일제와 투쟁하다 해방을 맞보지 못한 채 한 많은 생을 마감한 인정받지 못한 미 발굴독립운동가의 명예가 하루속히 회복되길 바라며 따라서 그 후손들이 자손된 도리를 다할 수 있게 적극적인 관심과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정병기 /정용선의 증손자/ 국가유공자/미 발굴독립유공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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