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울며 한자 공부하기``
취업준비생 ``울며 한자 공부하기``
  • 신문사
  • 승인 2004.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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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을 외우고 한자 펜글씨 교본을 써야 할 판이니 분통이 터진다.¨대학 졸업반 학생 등 취업 준비생들은 최근 한가지 짐을 더 안게 됐다. 경제 5단체의 신입사원 한자 시험 권고안 발표에 이어 주요 대기업들이 ¨한자 시험을 보거나 한자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주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울며 겨자먹기``로 한자 시험 공부에 나서고 있는 것. 아이러니한 것은 ``시대의 흐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위`` 정도로 간주됐던 한자교육이 한글전용세대의 밥벌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아야 할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던`` 한자가 ``한글전용세대``의 취업길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학 재학생들은 이른바 ``한글 전용세대``의 대표주자들이다. 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제도가 도입되며 ``한문`` 과목이 대학입시에서 제외돼 한문은 그 때부터 ``필요 없는 과목``으로 낙인 찍혔다. ``대학 진학에 필요 없는 한자``를 가르칠 생각도 배울 생각도 하지 않은 세대였다. 그러나 최근 입사 시험에 한자 실력을 반영하겠다는 방침이 잇달아 발표되자 취업 준비생들은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조현민 씨(23.성균관대4)는 ¨특별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1800자 펜글씨 교본을 쓰려니 속이 뒤집힐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업 재수생``인 박 모 씨(24.여)도 ¨일부 기업에서 실시했던 한자 시험이 일반화된다는 사실이 큰 부담이 된다¨며 ¨7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세대 중 한자에 익숙한 사람은 청학동 출신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최상문 씨(25.한양대4)는 ¨간체자를 쓰는 중국인들은 우리가 쓰는 정자는 잘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한자권 나라와의 교역 증대를 위해 한자 시험을 본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인터넷 시대 운운하며 한글 전용을 강조하고 영어 공용화를 운운하더니 현재는 초등학생에게까지 한자 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니 한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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