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view] 닥터 박 갤러리, 그림과 음악의 격조높은 만남
[art & view] 닥터 박 갤러리, 그림과 음악의 격조높은 만남
  • 백운신문편집부
  • 승인 2006.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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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부고속도로 광주 인터체인지에서 차를 우회전해 양평 방향으로 20여 분 달리다 보면 한적한 남한강변에 암적색 박스 형태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름하여 닥터박 갤러리(Dr. Park Gallery). 건축가 승효상의 작품인 이 건물은 강변에 위치한 입지 조건을 최대한 살려 친환경적으로 설계됐다. 터 1000여 평에 건평 444평. 건물 두 동이 강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것은 원래의 대지가 좁고 길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리동은 마치 몇 개의 컨테이너를 이어놓은 것처럼 강변을 따라 길게 누워 있다.

  그런데 개관을 한 지 불과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이곳이 벌써 양평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유는 이 갤러리가 지향하는 목표가 뚜렷하고,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기 때문. 프로그램의 다양성은 이 건물의 구조와 깊은 관련이 있는데, 이는 건물의 기능과 모양새가 건물주의 예술에 대한 취미를 적극 반영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두 개 층으로 구성된 전시장을 비롯해 각종 세미나를 위한 운선홀, 주전시장에서 관리동으로 이어지는 긴 데크(창조의 길), 작은 폭포가 있는 건물 뒤편의 물댄동산, 야외공연장인 방주극장 등. 입지 조건을 최대한 살려 친환경적으로 설계한 아기자기한 시설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매달 격주 간격으로 이 운선홀과 야외극장에서 격조 높은 실내악 위주의 음악회가 열린다.

 

  현재 이곳에서는 프랑스 자유구상 계열 작가인 외르베 디로자와 김병종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는데, 이를 보기 위한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갤러리 대표인 박호길 원장은 오랜 세월 의료분야에서 종사해 온 내과의사다. 미술계에서는 '닥터 박 컬렉션'으로 더 잘 알려진 미술품 수집가다. '미술품은 공적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30여년 간 광적으로 국내외 미술품을 수집해 왔다.

 

  나는 문화예술에 관한 한 거창한 구호를 믿지 않는 사람이다. 특히 정부가 입버릇처럼 주장하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식의 구호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실제 일을 하다 보면 그렇지 않은 예가 많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마치 일개미처럼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해 미술품을 수집하거나 예술인들을 후원하는 익명의 후원자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준다.

 

  한 나라의 문화와 예술은 이런 후원자들이 많아야 발전해 나간다. 일개미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예술을 후원하는 사람들, 어렵게 번 돈을 예술에 투자해 사회에 환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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