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내곁으로 미술이 다가왔다"
"어느새 내곁으로 미술이 다가왔다"
  • 편집부
  • 승인 2006.04.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현대고교에서 길을 건너 가로수 길을 따라 3분쯤 내려가니 오른쪽
에 색다른 플래카드가 걸린 건물과 마주친다. 밖에서 얼핏 보면 가구점 같은데, 전면에 ‘안윤모-도심 속 부엉이전’이란 대형 현수막이 붙어 있다. 유리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니 여기저기 부엉이들이 숨어 있다. 물론 실제 동물이 아닌, 부엉이를 주제로 만든 회화, 오브제, 조각 작품들이다. 소파 앞에, 책장 옆에 부엉이 그림이 걸려 있다. 입구에는 부엉이 형상의 탁자와 의자세트가, 계단에는 부엉이 조각과 오브제들이 놓여 있다.》

 

 

  엄갤러리가 ‘찾아가는 전시, 생활 속의 갤러리’의 첫 기획전으로 5월 1일까지 인테리어 회사 ‘이노필’ 1, 2층 이미지숍에서 마련한 전시다(02-533-3453). 화랑 측은 갤러리 밖으로 외출한 미술 작품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했지만, 관객들은 작품 감상뿐 아니라 작품 배치의 아이디어까지 배워 간다며 즐거운 표정이다.

 

  홍익대 서양화과와 미국 뉴욕시립대를 졸업한 안윤모 씨에겐 이번이 19번째 개인전.

  갤러리가 아닌 공간에서 전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전시의 격이 떨어져 보일까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안 씨는 단호히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작가가 불손한 거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건 작가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미술이 생활 속으로 더 가까이 파고들고 있다.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갤러리의 변신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엄갤러리의 경우 한 달 전 아예 신사동 갤러리의 문을 닫았고, 대신 다양한 생활공간을 전시공간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갤러리에서 일반 비즈니스 행사가 열린 것도 주목되는 변화다.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줄리아나갤러리에서 열린 현대백화점의 ‘라이프 포털 사이트’ 구축 사업설명회가 그것.

 

 이날 행사를 주관했던 웹 에이전시 ‘ID369’의 조영주 대표는 “회의실에서 열리는 딱딱한 사업설명회 스타일을 벗어나기 위해 고민하던 중 갤러리를 생각하게 됐다”며 “처음엔 어색해 하던 참석자들도 행사가 끝난 뒤 큐레이터의 도움을 받아 전시 중인 앤디 워홀, 호안 미로 등의 작품을 감상하며 즐거워했다”고 설명했다.

 

  미술관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흔하지만 요즘은 상업화랑들도 미술과 음악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유럽에서 호평 받아 온 유선태 작가의 개인전이 5월 31일까지 열리는 경기 양평군 엘렌 김 머피 갤러리(031-771-6040).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한눈에 들어오는 1층 전시장에는 문학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삶의 한순간을 길어 올린 회화와 조각 작품이 전시 중이다. 2층 카페에서는 8일 오후 6시 반부터 ‘4인 4색-4월의 향기’ 유료 콘서트가 열렸다. 50여 명의 관객이 둘러앉아 마치 작은 가족음악회 같은 분위기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상희 씨 등 4명의 연주자가 곡 설명과 더불어 마음이 담긴 연주를 들려주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2003년 양평으로 화랑을 이전한 엘렌 김 머피 대표는 “먼 길을 온 관객들이 전시회만 보고 가는 것이 아쉬워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엔 다양한 장르의 음악회를 마련하고 있다”며 “미술이 삶 속에 깊이 들어가는 운동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갤러리에서의 재미난 이벤트도 있다. 20일부터 5월 31일까지 국내외 작가 12명의 작품으로 ‘P&P 사진 같은 회화, 회화 같은 사진’전을 개최하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갤러리 잔다리는 20일 오후 6시 오프닝 행사로 재즈 공연을 연다(02-323-4155). 전시 기간 중 관객들을 위해 어느 것이 사진이고, 어느 것이 그림인지 맞혀 보는 이벤트 행사를 진행하고 추첨을 통해 기념품도 준다.

 

  엄갤러리의 엄은숙 대표는 “미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늘어나려면 갤러리라는 수동적 공간에서 관객을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