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손수빚은 개떡엔 고향의 참맛
[여행]손수빚은 개떡엔 고향의 참맛
  • 편집국
  • 승인 2005.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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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삶이 각박할수록 고향은 더욱 진하게 그리운 법이다. 도시에서 태어나서 찾아가볼 고향이 없는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오죽하면 한뼘짜리 주말농장이라도 가져볼까 하는 소원을 갖고 있을까. 올해 7월1일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직장이 더욱 늘어나면서 가장들의 주말나들이 고민은 더욱 커져만 간다. 어디 좋은 데 없을까?

 

그 해답 중에 하나가 농촌체험 여행이다. 쌀시장이 개방되면서 농촌의 삶이 어려워질 게 뻔해지자 각 지자체에서는 농촌을 살리는 묘책을 발굴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고향 같은 마을에 가서 하루쯤 묵으며 농촌의 삶도 체험해보고 농작물도 구입하는 녹색관광이다.

 

지난 일요일 한국여행작가협회 소속 회원들은 가족들을 대동하고 농촌체험 모니터링 여행을 다녀왔다. 장소는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연수1리 마을. 그 유명한 용문산(1157m)과 백운봉(940m) 줄기에 아늑하게 감싸인 이 마을에는 114가구가 있다. 일명 보릿고개마을. 지명에서도 짐작되듯 먹고 살기가 참으로 힘든 마을이었다. 보리밭이라도 많았으면 보리마을쯤 되련만 보릿고개 넘기기 힘든 시절이 너무나 길었기에 보릿고개마을이었다고 주민들은 들려준다.

 

보릿고개마을의 농촌체험 프로그램은 연수1리 부녀회가 주축이 되어 운영한다. 계절별 프로그램을 보면 봄에 보리밟기와 산나물 캐기, 여름에 고추 따기, 감자 캐기, 옥수수 따기, 복숭아 따기, 감자 구워먹기, 물고기잡기, 가을에 배따기, 고구마 캐기, 밤 줍기, 콩 구워먹기, 겨울에 메주 만들기, 청국장 만들기, 연날리기, 썰매타기, 팽이치기 등등.

 

오전 8시 강남구 신사동을 출발한 관광버스는 10시 무렵 마을 입구에 닿았다. 참여 인원은 30여 명에 어른 반, 아이 반. 특히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하는 모처럼의 나들이에 여간 들떠 있는 게 아니다. 부모들도 오래간만에 부모 구실을 한다고 생각했는지 표정들이 무척이나 밝다. 노인회관과 체험실습실 건물 사이의 공터가 이날의 주요 무대다. 마을 주민들의 환영 인사로 방문객들의 얼굴은 상기된다.

 

먼저 개떡 만들기. 아이들은 고사리손을 놀려가며 개떡 만들기에 도전한다. 눈사람 모양에 우주선 모양에 똥 모양 개떡도 눈에 띈다. 시상식이 이어진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손을 빌린 듯한 개떡은 아웃. 지지리 못생겼어도 아이 혼자 힘으로 만든 작품은 높은 점수를 받는다. 상품은 여행작가협회에서 마련한 학용품이다. 상을 받은 아이들이나 못받은 아이들이나 상기된 얼굴로 재잘재잘 거리며 즐거움을 표시한다.

 

개떡은 솥단지로 들어가고 두부 만들기가 이어진다.

 

“두부는 무엇으로 만드나요?” “엄마가 슈퍼에서 사와요.”

 

키득키득, 까르르. 여기저기서 웃음보가 터진다. 물에 불린 콩과 맷돌로 아이들을 불러 모은 뒤 부녀회 아주머니가 능숙하게 시범을 보인다. 꼬마들이 금방 따라 한다. 맷돌을 돌리는 동심들도 날씨가 더워지자 땀을 흘린다. 그래, 그렇게 땀을 흘려야 한끼를 먹을 수 있는 것이란다.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콩물을 삶고, 간수를 붓고…. 드디어 순두부와 모두부가 만들어지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벌떼처럼 숟가락을 들고 달려든다. 양념간장과 신김치가 조연으로 등장한다. 두부에 막걸리가 빠질 수 없지 않은가. 어른들은 두부 안주에 탁 쏘는 막걸리 사발을 들이킨다.

 

이제 점심상을 받는다. 보리밥과 호박밥에 된장찌개, 이런저런 산나물과 밑반찬들이 전라도 한정식 상처럼 푸짐하다. 패스트푸드에 길든 도시의 아이들이 슬로푸드와 대면하는 순간이다. 잘 먹으려나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분위기 탓인지는 몰라도 여기저기 보리알을 흘릴지언정 숟가락질이 부산하다. 그러고 보면 부모는 참으로 중요하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고, 바쁘다는 핑계로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을 자식들에게 자주 먹인다면 정말 반성 많이 해야 할 부모다.

 

배부르게 먹었으니 이제 계곡욕을 즐길 차례. 두 대의 경운기가 기다리고 있다. 연수1리 상류의 상원계곡까지는 도보로 20여분. 뙤약볕을 받으며 걷기에는 조금 먼 길이다. 언제 경운기를 타 보았던가? 아프리카의 코끼리떼처럼 경운기 가운데에 아이들을 앉히고 부모들은 가장자리에 올라탄다. 털털거리는 경운기를 이런 날 아니고 또 언제 타보겠는가. 용문산 남쪽자락에는 이 상원계곡 말고도 4개의 계곡이 더 숨어 있다. 비록 길이도 짧고 폭도 좁지만 강원도 산간 같은 분위기가 제법 풍기는 계곡들이다.

 

적당히 폭포 모양도 갖춘 계곡으로 들어가자 더위가 싹 가신다. 수박과 맥주를 물에 채운다. 동행한 마을 주민 두 사람이 어항을 놓는다. 어떤 꼬마가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소리친다. ‘할아버지, 된장 풀었어요?’ 제법 체험여행을 다녀본 모양이다.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이 집 저 집 자식들이 물놀이하는 것을 감상하며 캔맥주를 마신다. 목넘김이 좋다. 바람 솔솔 물 졸졸, 모처럼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일요일 한낮이다. 이렇게 해질녘까지 머물 수만 있으면 좋으련만 3시 무렵 마을을 떠나야 한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의 체증을 염려해서다. 우리가 마을에 머문 것은 불과 5시간.

 

 

연수리 보릿고개마을에서 나와 잠시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용문면 광탄리, 031-772-3480, fish.gyeonggi.go.kr)를 방문한다. 이곳은 민물고기 양식에 관한 연구, 토산어종 치어방류 사업 등을 펼치는 기관이며 민물고기 생태학습관도 운영하는데 바로 이 생태학습관이 체험학습장으로 인기가 높다. 황쏘가리, 열목어, 어름치, 모래무지 등의 천연기념물 및 보호 야생종 물고기들과 가는돌고기, 묵납자루, 대농갱이, 쉬리, 누치, 참마자 등 경기도 특산어류가 전시되어 있다. 입장료도 없이 볼거리가 풍성하니 웬만한 유료 수족관들보다도 한수 위다.

 

농촌체험과 계곡욕, 민물고기 생태 학습으로 이어진 일요일. 돌아오는 버스 안에는 가족들의 화목이 넘쳐 흐른다. 모처럼 가족들에게 즐거운 여행 기회를 만들어준 가장들의 목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체험여행, 그것은 아이들보다도 어른들이 더 즐거워하는 여행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말 펴낸 ‘녹색관광마을 50선’ 자료에 따르면 이렇게 농촌체험을 즐길 수 있는 마을로는 경기도 내에서 연수1리 보릿고개마을 말고도 포천시 관인면 교동마을(031-533-1689), 안성시 양성면 미리내마을(674-7822), 여주군 금사면 사슴마을(884-6554), 이천시 율면 부래미마을(643-8894) 등이 있다.

 

◆여행메모(지역번호 031)

양평군청 친환경농업과 770-2410.

연수1리 보릿고개마을 슬로푸드 체험 문의

이영호 사무국장

774-7786, 016-875-4757.

주변 숙박시설로 메이플펜션(774-6190, 011-9704-5911) 등의 펜션과

민박집이 다수 있다.

가는길 팔당대교→6번→국도→용문면

→경기도학생양평야영장 입구→연수1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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