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된 20살 네쌍둥이 자매
대학생이 된 20살 네쌍둥이 자매
  • 박현일
  • 승인 2001.1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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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홀로서기 15년, 엄마의 아름다운 삶
아빠없이 15년째 식당 일하며 뒷바라지착하고 반듯하게 자라줘 부러울게 없어요“우리는 우리의 선택을 믿어요” 서울 현대전문대학에서 그래픽디자인과 네트워크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네쌍둥이 좌로부터 첫째 이은화, 넷째 은송, 셋째 은승, 둘째 은주자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단정한 옷차림,“늦어서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는 목소리 또한 작고 나직하기 그지 없었다. 동네 여느 부인네들 처럼 꾸미고 단장하면 주부로써 평범하기 그지 없는 그녀의 모습 그 어디에서 이렇듯 에너지가‘분기탱천’, 네쌍둥이를 포함한 여섯자매를 홀로 15년 동안 남 보란듯이 키워온 걸까. 본지 편집실에서 만난 네쌍둥이 엄마 박은자씨(48)의 첫 인상은 그랬다. 취재하기전 주변 얘기로만 듣고 상상했던 뭔가 억척스럽고, 기운도 좀 세고, 외모에서부터 산전수전 풍파세월 다 겪었을 것 같은 예감이 여지없이 빗나가는…. “오전 10시 직장에 출근해서 밤10시쯤 퇴근하면 아이들과 통화하고 집안일 하다보면 하루 스물 네 시간도 부족해요. 건강은 괜찮은 편인데 그렇다고 썩 좋은 편도 아니어서 아이들을 잘 챙겨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뿐이지요” 네 쌍둥이 얘기를 묻자 얼굴 가득 웃음을 띤다. 만 20살인 네쌍둥이 자매 이은화, 은주, 은승, 은송이는 지난해 2년제 컴퓨터 전문대학인 현대전문학교에 나란히 입학, 졸업반으로 올해 이 학교 신입생 모집 홍보지 표지인물로 실릴 정도로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학교생활에 모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은송이만 웹디자이너를 꿈꿔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하고 나머지 3자매는 모두 네트워크 분야를 전공, 세계를 무대로 일하는 인터넷 전문가가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박씨에게 있어 네쌍둥이를 포함해 여섯자매를 키운 것은 거의 신앙에 가깝다. “아이들 아빠가 네쌍둥이 6살때 인 지난 87년 봄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어요. 위로 11살 큰딸과 9살 둘째딸이 있었구요. 한마디로 하늘이 캄캄하고 암담하더라구요. 먹고 살길이 막막해서 시집(여주 대신)과 가까운 양평 개군으로 내려와 직장생활을 하면서 10여년 어렵게 생계를 꾸려왔어요” 박씨는 현재 양평읍 소재 민물고기 매운탕집에서 11년째 일하고 있다. 앞서 근무한 3곳의 음식점을 포함하면 15년째 민물고기와 인연을 맺고 있다. 주방일도 보고 상차림도 하면서, 이따끔 쌍둥이 엄마임을 알아보는 단골손님이 아이들ㆍ학비를 걱정하며 격려를 해줄때 눈시울을 붉힐 정도로 고맙다고….“사실 서울서 네쌍둥이를 낳을땐 별 부러울 것이 없었어요. 저도 서울 토박이 이고 얘들 아빠도 운전과 보리차 공장등 자영업을 하면서 큰 어려움은 없었으니까요. 네 쌍둥이 낳을때도 방송ㆍ신문ㆍ잡지 할 것 없이 국가적인 경사 처럼 떠들석 했구요 매스컴 탓인지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비롯 서울시장, 분유회사, 백화점등에서 아기용품과 성금이 답지, 그때로서는 큰 돈인 700여만원 정도가 모였을 정도니까요.” 그래도 네쌍둥이를 낳아 기르면서 고비는 없었느냐고 묻자 박씨는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는지 눈물을 보인다. “임신 6개월쯤까지는 쌍둥이 였는지 전혀 몰랐어요. 축구 해설위원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신문선씨의 이모가 이웃에서 살았는데 숨이 막힐 정도로 배가 불러오자 아마도 쌍둥이 인것 같다고 말해 궁금증은 있었지만 출산 임박해 병원에서 확인하기 전까지 반신반의 했지요. 당시 KBS 조순형기자가 서울시관계자에 연락, 서울대병원에서 출산하고 48일간 인큐베이터 사용료를 포함한 병원비 일체를 정부에서 지원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출생당시 1.2∼3㎏에 불과했던 아이들이 불과 40여일만에 2.4∼5㎏정도 체중이 쑥쑥 불어 안심하고 퇴원했으나 7개월만에 황달과 폐렴이 겹쳐 재입원 했던 것. 이때부턴 메스컴의 흥분도 가시고 성금으로 겨우 병원비를 충당하고 나니 여섯자매를 키울 일이 막막했다. “쌍둥이가 5∼6살 되기까지는 병원 오가랴 밤낮으로 기저기 갈고 목욕시키느냐 정신 없었어요. 돌아보면 때늦은 밥이 딱딱하게 굳어 못먹을 정도 였으니까요” 박씨는 이젠 아이들이 아빠 없이도 제몫을 하며 반듯하게 자라줘 더 부러울게 없다고 자신한다. 큰딸 은영(26)이는 3년전 시집가서 외손녀까지 안겨주었으며 둘째 은진(23)이는 간호대에 진학하려 공부에 푹 빠져있단다. “네쌍둥이중 누가 제일 예쁘냐는 짖궂은 질문에 모두다 말이없고 내성적이지만 첫째 은주가 자취살림 통장을 관리할 정도로 믿음직하며 유일하게 남자친구도 있는 것 같다”며 나중에 합동으로 결혼식을 올렸으면 하는 바람도 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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