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협력 부문 수상자 김학조씨
지역협력 부문 수상자 김학조씨
  • 박현일
  • 승인 2001.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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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의 뜻을 모든 사람의 의지로”
최근 양평 지역사회의 큰 이슈로 떠오른 군 사격장 문제. 복잡하고 예민한 사안인 만큼 바람직한 결과 도출을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관심과 중지가 필요한 현안이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 집결된 의사를 효율적으로 표출하여, 그간 요지부동의 자세로 일관하던 관련부처로부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김학조(55세, 이장협의회장)씨가 올해 지역협력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제 역할은 미미합니다. 오래 전부터 군 사격장 관련문제의 해결에 전념해오신 많은 어르신네들 덕분입니다. 얼마 전까지, 이토록 중요한 사안에 대해 남의 일처럼 여겨온 것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의 의견에 귀기울여, 무조건 배척할 수만은 없는 군사시설과 슬기롭게 공존하는 방안을 짜내어, 지역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싶습니다." 어느 시대나 더 나은 세상을 지향한다. 그럼에도 인류의 역사는 후퇴와 진전을 반복한다. 소수의 의견이 아무리 빼어나도 소수가 시대를 지배할 때는 곧 쇠퇴기를 맞는다. 그래서, 조금 더디 가더라도 절대 다수의 동의와 힘을 이끌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학조씨는 이장직 10여년의 체험으로 그 진리를 간파하고 있다. "91년 7월 18일, 대흥 3리 이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날짜까지 확실히 기억하는 건 그날이 제 인생의 일대전환기였기 때문입니다. 남들이야 그까짓 이장감투,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세상을 다시 제대로 살아보라는 회초리로 받아들였습니다." 김학조씨는 원덕초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일찌감치 서울로 유학을 간다. 공부보다는 화려한 서울생활에 취미가 붙는다. 사람 좋아하는 습성은 그때도 마찬가지, 친구들과 휩쓸려 하루걸러 뒷골목을 배회한다.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군대에 간다. 제대하고 다시 서울에서의 성공에 도전한다. 이를 악물고 이런저런 사업에 투신해보지만, 결국 두손 탁탁 털고 귀향한다. 타산이 맞거나 말거나 농사일에 전념한다. 뿌린 만큼, 흘린 땀만큼 거두는 농사에는 도시에 만연해 있는 술수나 거짓이 없어 서울에서 얻은 뿌리 깊은 패배감과 상실감이 치유된다. 그리고, 이웃과 힘을 합해 조금씩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기쁨을 터득한다. "유휴지 공동경작, 참기름 공동생산, 마을기금조성 등등 제 딴에는 분주히 살아왔지만, 크게 마을을 발전시키지는 못해 마을분들에게 늘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나, 마을의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을 주민들의 뜻대로 시행해왔고, 10년 내내 이웃간에 다툼 한번 없는, 평화롭고 정 깊은 마을을 일구는데 일조했음이 제 스스로도 퍽 대견합니다." '98년, 김학조씨는 '푸른양평지키기범대위' 읍대책위 사무국장에 선임된다. 화합을 최우선하는 평소의 신조를 더 넓게 펼치게 된다. 그에 힙 입어 '범대위'는 탄탄한 협력체제를 갖춘다. 사격장 문제가 떠올랐을 때, 양평사람들은 김학조씨를 문제 해결의 적임자로 지목한다. 문제가 클수록 단결된 힘이 필요하고, 단결된 힘은 구성원간의 긴밀한 협력에서 시작되며, 그러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 문제 관련규제의 폐해는 더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물이용부담금마저 지역민의 의사가 차단된 채, 중앙정부의 논리만으로 활용방안이 정해진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사격장 문제 역시 매한가지입니다. 지역주민은 나라를 위해서 어떤 피해라도 무조건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국민의 정부'라는 명제 자체를 부정하는 짓입니다. 지역주민은 '국민'의 또 다른 이름이지 절대 '국민'과 다른 이름이 아닙니다. 개개인의 뜻과 힘을 모아, 국민의 뜻과 힘으로 키워 불합리한 일을 개선하는 데에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김학조씨는 노상 주변사람들에게 '잠들기 전 5분만 양평을 생각하자'고 말한다. 그 말에 담긴 의미를 헤아리며, 애향심이 곧 애국심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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