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동의보감]열 많은 분은 백김치 드세요
[음식 동의보감]열 많은 분은 백김치 드세요
  • 신문사
  • 승인 2004.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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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이다. 아파트 입구에 수북히 쌓인 배추를 보니, 옛날 김장 담그시던 어머니 곁에 쪼그리고 앉아 샛노란 배추 속대에 생굴도 싱싱한 김치속을 듬뿍 얹어 돌돌 싸먹던 입맛이 되살아난다. 그 풍성했던 추억도 요즘은 옛말이 되어가는 듯하다. 최근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대도시 주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주부 10명 중 4명이 김장을 담그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사시사철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김치, 언제든 맛있게 익은 김치를 제공하는 김치냉장고 탓이 크다. 하지만 배추나 무가 사철 난다고 해서 모두 같은 맛과 영양분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생물(生物)이란 계절의 기운을 먹고 자라는 법이라 김장철에 쓰이는 채소들은 여느 계절과 달리 수렴하고 응축하는 기운이 아주 강하다. 그만큼 맛도 뛰어나고 영양가도 풍부할 수밖에 없다. 특히 김장김치는 각종 해산물과 채소가 골고루 들어가 비타민, 식이섬유, 무기질, 유산균 등을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는 종합영양제라 해도 손색이 없다. 우리 선조들이 채소가 없는 겨울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던 이유다.한의학적으로 보았을 때도 김치는 음양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건강식품이다. 우선 김치의 주재료가 되는 배추는 일명 백채(白菜)라고 하는데 성질은 차면서 맛이 달다. 배추는 위로 치솟는 기를 아래로 내려주며 갈증을 풀어주고 주독과 식독을 없앤다. [향약구급방]에 따르면 채소가 아니라 약초였다.무는 맛이 달고 매우면서 성질은 배추와 마찬가지로 차다. 예부터 소화를 촉진하고 기침을 그치게 하며 설사를 다스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차가운 성질 때문에 해열진정 작용이 있어 관절염으로 고생할 때 무즙에 적신 습포를 이용하기도 한다.주재료인 배추와 무가 찬 성질인 반면에 양념으로 들어가는 고추와 마늘, 생강, 파, 갓 등은 전부 따뜻한 성질을 띤다. 그야말로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셈이다. 체지방을 연소하는 캡사이신 성분이 많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꼽히는 고추는 사과의 25배에 달하는 비타민C가 들어 있다. 일본에서는 캡사이신이 머리를 맑게 하고 정력 증진과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보고가 나온 바 있다. 마늘은 뛰어난 해독작용을 자랑하며 파는 기운을 통하게 해주는 성질이 강하고 생강은 식욕증진과 혈액순환에 좋은 효능을 보인다.이 기본 성질을 체질별로 잘 활용하면 건강에 한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코와 입이 크면서 윗눈두덩이 두툼한 사람, 입술이 크면서 힘이 없는 사람, 피부색이 노란 사람은 비위 기능이 쉽게 약해져 소화불량이나 속이 더부룩할 때가 많으니 김치에 무를 많이 넣는다. 눈이 안쪽으로 쑥 들어간 사람이나 피부색이 흰 사람은 몸이 냉하니 김치속을 버무릴 때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등을 듬뿍 넣고 생김치보다는 익은 김치를 먹는 것이 좋다. 반대로 체질상 열이 많은 사람들은 양념을 적게 넣은 백김치나 동치미 등이 알맞다. 턱이 뾰족하게 생긴 사람이나 눈꼬리가 위로 올라간 사람은 신경이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체질이니 머리에 쌓인 열을 풀어 머릿속을 맑게 하는 파(특히 흰부분)를 좀더 넣어 김치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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