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산음휴양림
양평 산음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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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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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했다. 서걱서걱. 바스락 바스락. 오직 자연의 소리만이 바람을 타고 은근히 귀를 간질인다. 세상은 온통 나무와 낙엽과 그리고 ‘나’. 늦가을, 그 고즈넉함과 적당한 쓸쓸함. 다람쥐도 이 호젓함을 방해하지 않으려는지 눈치있게도 조심스레 바스락거린다.그러고보면 우리는 늘 지치기 위한 여행만을 해왔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가는 데 지치고, 오랜만에 떠난 만큼 이것저것 먹고 타고 보느라 욕심내서 지치고. 결국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무거운 짐을 정리할 기력조차 없다.경기 양평에서도 가장 오지로 알려진 산음리. 산음휴양림은 ‘쉼’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줄 아는 사람들만을 위한 곳이다. 인근의 유명산 휴양림만 해도 ‘놀러오는’ 사람들을 위해 이미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했다. 주변에 늘어선 각종 음식점과 위락시설들. 그러나 이곳은 조용한 농가에 오롯이 둘러싸여 변함없는 한적함을 고집하고 있다.산음휴양림은 유명산 휴양림과 함께 서울에서 가까워 가벼운 마음으로 도심을 탈출하기에 아주 좋은 곳. 6백만평의 면적에 하루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규모의 휴양림이다. 계곡을 따라 인공 조림한 낙엽송, 잣나무숲. 참나무, 층층나무, 단풍나무 등 원시림이 조화롭게 우거져 있어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 숨쉬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보존되어 있다.휴양림에 도착하면 통나무집에 짐을 내려놓기 무섭게 먼저 자연으로 발을 내디뎌보자.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 좋은 산책로는 잣나무 잎이 쌓여 폭신한 융단이 됐다. 아스팔트 바닥에 혹사당해온 두 발을 위해 살그머니 신발을 벗어보는 건 어떨까. 나무들은 지쳐 있는 당신을 위해 치유의 마법이 담긴 숨결을 아낌없이 내뿜어준다. 스트레스에 찌들어 오염된 기운은 도시보다 최고 200배나 맑은 공기 속에 정화되어 바람에 날려간다. 병균을 죽여주는 피톤치드와 기분을 좋게 만드는 테르펜이 코와 입으로 스며들어 산책길을 나올 때쯤엔 상쾌한 자연냄새만이 몸안에 가득하다.휴양림의 경계에 둘러선 용문산 등산코스는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반색할 만한 곳. ‘산음’은 용문산의 그늘아래 있다는 뜻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특히 해발 1,004m의 용문산 천사봉은 휴양림의 수려한 전경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어 인기가 좋다. 4시간30분 정도면 정상 등반이 가능하다.아이들은 숲체험 코스에서 숲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각종 자연놀이를 하는 등 마냥 신이나 폴짝폴짝 뛴다. 억새를 잘라 풀피리 불어보기, 휘파람으로 새 불러 모으기, 국수나무 줄기를 잘라 국수 뽑아보기…. 개암나무의 열매가 바로 ‘헤이즐넛’이고, 물에 담그면 물색깔이 푸른빛을 띠게 된다는 물푸레나무는 야구방망이의 재료라는 사실 등 예전에는 몰랐던 숲에 대한 새로운 상식들도 습득할 수 있다.굶주렸던 자연의 체취를 마음껏 들이마셨다면 이젠 산속 깊은 밤, 잊을 수 없는 저녁식사를 즐길 차례. 통나무집 앞에는 바비큐판이 준비되어 있다. 밤하늘 별을 보며 고기와 고구마, 감자를 구워먹는 재미는 잊을 수 없는 추억. 라면과 인스턴트 커피도 반드시 챙겨가야 할 필수품이다. 식사후 서늘한 산공기와 함께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는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시간. 운이 좋다면 어둠을 틈타 놀러내려온 너구리, 오소리, 고라니도 만나볼 수 있다.관리사무소 김현수씨(37)는 “산속으로 순찰을 돌 때면 가끔 여우처럼 보이는 이름 모를 동물들과 맞닥뜨릴 때도 있다”며 “요샌 쉽게 찾아보기 힘든 겨우살이 등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보존돼 있다”고 말했다.봄, 여름, 가을, 겨울 철마다 새옷을 갈아입고 매번 다른 경관을 보여주는 휴양림. 이제는 없어진 줄 알았던 마음속 깊은 시심(詩心)마저 자극한다. 올 겨울엔 해마다 가는 콘도보다 휴양림을 찾아보자. 활짝 눈꽃을 피워낸 나무들 틈에서 가족들과 함께 뽀드득뽀드득 눈길을 걸어보는 즐거움을 만끽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길잡이■승용차 이용시:서울에서 6번 국도를 타고 ‘횡성, 홍천’ 방향으로 가다보면 용문터널이 나온다. 터널을 지나 12㎞가량 더 가면 과적검문소가 있고 이곳에서 3㎞ 직진하면 ‘단월, 백동’ 도로표지판이 나온다. 우측으로 내려가 휴양림 표지판을 따라가다보면 산음휴양림에 도착한다.■대중교통 이용시:청량리에서 중앙선을 타고 용문역에서 하차해 용문버스터미널에서 산음, 석산리 방향 버스를 탄다. 고북 또는 산음상회에서 내려 휴양림 표지판을 보고 1㎞가량 걸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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