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의 용미론(用美論)과 한미동맹
이승만의 용미론(用美論)과 한미동맹
  • 양평백운신문
  • 승인 2015.08.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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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부보훈지청 선양담당 오제호
역사는 사실(事實)에 기초한 학문이지만, 그러한 사실은 사가에 의해 기록됨으로써 사실(史實)로 인정받는 점에서 역사는 객관적일 수만은 없다. 특히 인물에 대한 사평은 이러한 주관성을 넘어 양립할 수 없는 견해가 난립하여 일대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이하 우남(雩南)으로 약칭]는 극단적으로 상반된 평가가 엇갈리는 대표적인 인물로서, 경우에 따라 불합리하게 평가절하된 부분이 적지 않으며, 우남의 외교론은 그 대표격이라 할 수 있겠다. 이에 필자는 우남의 용미론(用美論)을 토대로 1953년 7월을 전후하여 나타난 우남의 외교 통수권자로서의 면모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남의 외교론은 대미관계가 그 근간이다. 하지만 우남이 구상했던 대미관계는 우리가 오해하고 있듯이 맹목적인 친미․사대 관계가 아니다. 이승만의 대미 외교론은 이러한 것들과 극명히 구분되는, 이른바 용미론(用美論)이라는 용어로서 그 실체를 규정할 수 있다. 용미론이란 말 그대로 미국을 활용하자는 것인데, 이는 완전한 실용주의적 입장에서 미국을 대한민국의 국익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유도하여,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이(利)를 취하자는 것이다. 맹목적 친미․사대주의는 우리나라의 국익이라는 실리보다 미국을 추종한다는 명목이 우선하는 점에서 우남의 용미주의와 확연히 구분된다.

이러한 우남의 실리주의적 외교론은 1904년 자서(自敍)한 「독립정신」에서 약소국의 주권보전책으로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시작된 우남의 외교 행보는 일제 강점기 내내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의 한 방법론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해방정국을 맞이하여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에서 비롯된 미․소의 이념적 각축 속에서 우남의 용미론으로 대표되는 실용주의적 외교론은 빛을 발한다. 특히나 미소의 이념적 각축이 6․25로 비화된 상황에서 우남의 걸출한 외교 통수권자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1949년 6월 주한미군 철수와 이듬해의 애치슨 선언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낮게 보았다. 6․25에 대한 참전도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위한 것이었음을 감안하면 미국의 대한(對韓) 정책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장기적 시각에서 미국의 경제․군사적 지원이 필요함을 확신했던 우남은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 미국을 설득했다.

우선은 대한민국이 공산침략의 희생자임을 미국에 극력 호소했다. 또한 자유진영의 보루이자 반공전선의 최전방기지로서 한반도의 중요성을 미국에 인식시켰다. 한편으로는 정전협정을 조속히 체결해야 하는 미국의 입장을 활용하여 6․18 반공포로 석방을 단행하는 등 강경책으로 미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우남의 장기적 시각․ 확고한 집념․외교적 수완은 미국의 대한(對韓) 정책을 바꾸었고, 정전협정 2주 뒤인 1953년 8월 9일 대규모 경제․군사 원조를 골자로 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은 가조인되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올해로 62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의 시발이 된 조약이다. 즉 우남의 실용주의에 기반한 용미론은 한미동맹이라는 큰 결실을 맺은 것이다. 방위조약 가조인 이튿날 우남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으므로 우리 후손들이 앞으로 누대에 걸쳐 이 조약으로 말미암아 갖가지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 말처럼 우리는 2세대에 걸쳐 한미동맹에서 비롯된 정치․경제․안보상 홍복(洪福)을 누리고 있다.

‘雨露之恩’이라 했던가. 비와 이슬이 만물을 기르는 것처럼 은혜가 골고루 미침을 이르는 말이다. 걸출한 외교 통수권자로서의 우남이 용미론을 통해 맺어낸 결실은 비와 이슬이 되어 대한의 강토 전역에 내림으로써 오늘의 대한민국을 길러냈다. 이에 우남이 내려준 비와 이슬을 맞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우남의 외교 행보, 특히 한미동맹만큼은 그 실상에 부합하는 합당한 평가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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