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의 위상과 국가보훈관서의 자리[位]
국가보훈의 위상과 국가보훈관서의 자리[位]
  • 양평백운신문
  • 승인 2015.08.04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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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부보훈지청 선양담당 오제호
“민족정기가 세(貰)들어 있다.”라는 자조를 들어본 일이 있는가. 이는 국가보훈처가 창설 이래, 집단 민원이 많다는 이유로 정부종합청사에 입주하지 못하고 늘 임차건물을 사용한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국가보훈처의 위상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말이다.

물론 2014년 정부세종청사의 출범으로 이러한 자조는 불식되었지만, 실질적으로 민족정기를 선양하고 국민통합을 도모하여 국가발전의 정신적 기반 마련을 주관하는 중앙관서가, 처(處)와 차관(次官)이라는 명목으로 존재함은 그 명(名)과 실(實)이 부합(符合)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아래에서는 국가보훈의 실체와 그에 부합하는 국가보훈의 위상에 관한 내용을 전개해 보고자 한다.

국가보훈처는 1961년 군사원호청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원호란 ‘돕고 보살펴 준다’는 것으로, 주로 국가유공에 대한 물질적 보상이라는 집행업무를 수행하는 청(廳)으로서의 보훈관서의 성격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1985년 그 명칭을 국가보훈처로 개칭하면서 기존의 물질적 보상업무에 ‘정신적 예우’의 영역이 포함되었다.

이후 제대군인정책관(現 제대군인국)을 설치하고, 독립기념관과 대전현충원을 이관 받으며, 나라사랑 교육을 총괄하게 되는 등 국가보훈처는 그 업무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여 보훈․안보․교육을 아우르는 국가상징 총괄관서로 자리매김 했다. 즉 단순한 집행 관서에서 기획업무까지 총괄하는 행정각부(部)로서의 성격을 지니게 된 것이다.

이렇듯 국가보훈처는 그 조직과 기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으나, 그 위상에는 부침(浮沈)의 과거와 불합리의 현상(現狀)을 안고 있다. 청(廳)으로 창립된 국가보훈처는 그 이듬해인 1962년 처(處)로 승격되었고 그 수장은 국무위원으로서의 지위를 1997년까지 유지해왔다. 하지만 부처의 존재를 기계적 능률성으로 재단한 결과 1998년 국가보훈처는 차관급으로 격하되었다. 2004년 잠시 장관급으로 승격되었으나, 2008년 작은정부라는 구실 하에 재차 격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나 부처에 따라 복수차관제가 시행되고 각종 정부위원회까지 차관급의 위상을 부여하다보니 수많은 차관급 기관 중 하나인 국가보훈처의 위상은 땅에 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체로 조직에는 권능의 행사가 주가 되는 경우가 있고, 그 상징성만으로도 정책효과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일률적으로 재단하기는 어려우나 국가보훈처는 후자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직에 하향 조정된 위상을 부여한다면 그 조직의 정책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다. 정책 기획과 집행기능을 아울러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그 위상의 격상으로 그 수장은 행정각부의 장관과 대등한 위치에서 보훈정책을 국정에 반영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계선기관들의 업무추진력은 향상될 수 있다. 게다가 국가보훈은 앞서 설명했듯이 문화․국방․교육․외교․복지․고용 등 광범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해당 행정각부와의 협업이 필수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그 주무관서의 낮은 위상은 보훈업무 추진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소중한 미래 자산인 UN 참전국과의 원활한 보훈외교를 위해서라도, 장관급의 위상을 부여하고 있는 UN 각국의 보훈부와 그 격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한편 국가유공자는 보훈관서의 위상과 스스로에 대한 위상을 일체로 여기기에, 이들의 명예와 자부심을 위해서라도 현재 국가보훈처의 위상은 격상될 필요가 있다.

이렇듯 국가보훈처는 방대한 업무분야와 중차대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그 위상은 그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에 일차적으로는 보훈관서의 수장의 위상을 장관급으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우리나라의 국가보훈관서가 제자리를 찾았다고는 할 수 없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국가보훈처는 이미 정책기획과 집행기능을 아우르는 종합 국가상징 기관으로서 자리매김 했다. 협의의 보훈에 안보․교육․의전․국민통합 등 국가의 정신적 기반을 마련하고 더 나아가 국수(國粹)를 함양하는 중차대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조직기반과 정책추진 역량을 갖추는 방향으로 국가보훈처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에 「정부조직법」 제 26조의 18번째 행정각부로서, 국무회의에 국가보훈부(部) 장관의 이름으로 배석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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