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산후조리원, 낭비적 복지인가?
공공산후조리원, 낭비적 복지인가?
  • 양평백운신문
  • 승인 2015.03.30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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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구(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최근 성남시가 올해 7월부터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공공산후조리원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공공산후조리원은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발표되었고, 제주도 서귀포시와 강원도 홍성의료원, 그리고 새누리당 구청장이 재선된 서울시 송파구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그럼에도 성남시의 이번 발표가 이렇게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홍준표 경남도지사 때문인 것 같다. 경남도가 무상급식을 중단함에 따라 매달 5만원에서 10만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 학부모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기에 더 대비가 된 것 같다.

성남시가 공공산후조리원을 시작한 이유

경제성장과 지역개발을 공약했던 한나라당 소속의 전임 시장 때문에 모라토리움을 선언하고 어렵게 출범했던 이재명 시장의 성남시가 임기 4년이 지나기도 전에 부채를 다 갚고 무상급식에 더해 공공산후조리원을 시행한다. 첫 번째 임기 내내 성남시립의료원 건립을 위해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과 씨름했고, 전임 시정의 부채를 갚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고 생각한 이재명 후보는 2014년 재선에 도전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지방단위에서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라고 확신하고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때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제안했던 정책 중의 하나가 바로 공공산후조리원이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현재 수준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2.1에 한참 못 미치는 1.2명 수준이다(2014, 통계청). 매년 100만 명이 태어나던 베이비 붐 세대를 지나, 지금은 한해 출생하는 아동이 45만 명 이하로까지 줄어들었기에 정부도 다양한 방식의 출산 장려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타난 출산율 제고 성과는 거의 전무한 형편이다. 기존의 연구에 의하면, 출산 기피의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출산과 육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인데, 이중에는 산후조리원 비용도 큰 부담의 하나로 조사되었다(2014,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산후조리가 출산 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세종대왕 시기에 이미 노비에게조차 출산휴가를 주어 산후조리를 하도록 한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도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줄어들고 있는 가족 구성원과 늘어나는 독거가구 등 가족구조의 변화로 인해 더 이상 친정에서도 시댁에서도 편안한 산후조리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진 가구들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500여개의 산후조리원이 난립하게 되었고, 단순 숙박업으로 분류되어 제대로 된 질 관리가 안 된 상황에서 신생아가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난립한 민간 산후조리원의 질 관리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비용 부담이었다. 평균 2주 입원의 비용은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평균 250만 원이었고, 일부 고소득층이나 연예인들이 이용한다는 이용료 3,000만 원 수준의 초호화 산후조리원은 아니어도, 산모를 위한 가물치탕과 부기를 뺀다는 호박 엑기스와 산후 비만 예방을 위한 요가나 마사지 등의 추가적인 옵션을 포함하면 그 비용은 만만치 않다. 수도권에서는 350만 원을 넘는다고 한다. 출산의 기쁨은 곧 산후조리원의 이용 부담으로 이어져 또 하나의 출산 기피의 사유가 되고 있다.

“학교는 밥 먹으로 가는 곳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은 산후조리원에 대해서도 ‘미국의 산모는 아침에 출산하고 오후에 바로 일하러 나간다’며, 우리나라 산모들이 엄살을 피운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도 우리나라 산모들의 “산후풍”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등 산후조리의 필요성을 수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서 맞벌이 부부라도 예외 없이 과중한 가사 노동을 부담하고 있다. 그러므로 적어도 산후조리 기간만이라도 제대로 쉴 수 있도록 하자는 문화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산후조리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고, 중국에서도 최근 한국의 산후조리원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성남시가 추진하는 산후조리원 서비스의 특징

실제로 성남시의 한해 출산 수가 9,192명이고, 이중 약 70%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성남시청, 2014). 연간 160억 원 정도가 산후조리원 이용의 비용으로 지출되었다. 성남시장의 공약에 따라, 성남시가 수정구, 중원구, 분당구 등 각 구마다 30병상 규모의 공공산후조리원을 운영할 경우 전체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연간 6,000여 명의 산모들 중 약 30% 수준인 2,160명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용료도 소득수준별로 차등화를 하겠지만, 서귀포(14실, 154만 원), 홍성의료원(14실, 180만 원), 송파구(27실, 190만 원) 등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게 거의 무상에 가까운 수준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송파구의 경우 한 곳의 설립 비용만 90억 원이 넘고 산부인과 의사도 상근으로 배치하는 등 많은 비용이 투입되었고, 이 비용을 기업(롯데)에서 지원받아 문제가 된 데 비해, 성남시는 민간의 건물을 임대해서 운영하는 것과 공공에서 직접 설립하여 운영하는 것 등 다양한 형태로 시설을 늘려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성남시 공공산후조리원 정책이 가지는 더 중요한 차이는 민간산후조리원에도 이용에 따른 비용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민간산후조리원도 공실률이 30%에 이르러 운영이 어려운 터에 지방자치단체가 산후조리원을 지어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당장 반발에 부딪칠 수밖에 없고, 공공산후조리원 혜택을 보는 사람도 시민의 일부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성남시는 민간산후조리원도 시설 및 인력 기준 등을 충족하는 곳은 ‘인증제도’를 도입하여 질 관리를 하는 것을 전제로 이용에 따른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올해는 산모 당 50만 원을 지원하고, 내년부터는 질 관리와 시설 및 인력 기준 충족 여부, 그리고 산후조리서비스의 수준과 연동하여 공공산후조리원과 비용 부담의 차등이 없도록 지원금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즉, 지역사회의 자원을 활용하고 지역의 산업도 활성화하면서 실질적으로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자 하는 모든 산모들이 비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 기존의 다른 지역과 성남시 정책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역동적 복지국가와 공공산후조리원 정책

의학적으로 필요하다면 앞으로 산후조리원 이용도 국민건강보험의 급여로 편입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건강보험 제도와 연동되어 있고, 더 많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므로 중앙정부에서 시간을 두고 고민할 일이다. 그러나 성남시에서 공공산후조리원을 운영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고유한 권한에 속하는 것이므로 보건복지부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이 일은 보건복지 관련 법률에서 제시된 기준들을 충족하면 될 일이다. 다만, 지방정부가 중산층의 산후조리 비용까지 지원할 필요가 있는 지에 대한 반론은 제기될 것이다.

특히 저소득 취약계층을 우선적으로 더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은 공공산후조리원의 경우에도 계속될 것이다. 또한 이용에 따른 비용의 차등화를 두고 보편적 복지정책이 아니라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여러 지자체들이 출산장려금으로 최대 300만 원까지 지급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공공산후조리원 정책은 매우 효율적이다.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정책은 실제로 출산장려의 효과도 검증되지 않았고, 비용 지원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도 없다. 또한 현금의 직접 지원은 소득파악 문제와 연동되어 있어서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에서 자유롭기가 어렵다.

그런데 공공산후조리원을 포함한 산후조리 지원은 보편적 사회서비스 정책이므로 도덕적 해이나 비용의 낭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물론, 설립 초기에는 건립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타 지역의 사례로 볼 때, 30병상 규모의 산후조리원 운영비는 연간 3억 원 정도이므로 설립 이후 성남시가 부담하는 3개소 운영비는 10억 원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공공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산모들이 지금까지 민간산후조리원에 지불하던 54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면 시민들에게는 좋은 정책일 것이다.

또한, 민간산후조리원에 대한 이용료 지원 정책은 실질적으로 민간시설 이용자들의 부담을 줄여줄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영 일산병원의 운영으로 인해 인근 민간병원들의 초음파나 MRI 검사 비용이 다른 지역보다 유의하게 낮아진 사례가 있다. 여기에서 유추해보건대, 성남시가 설립한 3개 공공산후조리원의 이용료 수준과 연동되어 공공산후조리원 이용 주민들의 실질적 부담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이에 더해서 민간산후조리원들의 가격 거품도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2014,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공산후조리원은 투입 비용을 딴 곳에 전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질 관리와 연동된다면 민간시설에 지원하는 비용도 이용자의 비용 부담을 경감시킬 뿐만 아니라 해당 시설의 고용 창출과 서비스 개선 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산후조리 서비스는 정부의 이전지출을 통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복지국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원하는 모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보편적 복지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용에 따른 비용을 완전 무상으로 하지 않고 일정하게 본인부담을 하도록 한 것을 두고 소득수준에 따른 선별이므로 보편적 복지정책이 아니라고 하는 주장도 한계가 있다. 보편적 복지정책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황이나 정책실행의 단계별로 본인부담을 줄여나가는 것이 가능하고, 아무리 보편적 복지정책이라도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가입자들에 대한 본인부담금과 같이 일정 정도의 부담을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물론 이 정책이 도입되면 그 동안 비용부담 때문에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지 않던 2,800여 명의 산모들이 공공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등 산후조리원 이용 인구가 늘어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야말로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지 못하던 취약계층이 이용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복지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시장이 기자회견에서 말한 대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희망과 활력’이 넘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국가와 지방정부의 의무이다. 이런 의무를 충실하게 담당하는 정부의 역할은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경남도와 성남시의 사례를 보면서 복지국가 정치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 혹자는 공공산후조리원 정책이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용을 경계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쟁점들이 정치적으로 더 많이 논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지국가 정책이 공론화될수록 역동적 복지국가는 더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공공산후조리원 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의 가까운 곳에서부터 다양한 복지국가 정책을 개발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이를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또 하나의 부담이 되어 버린 ‘임신과 출산’이 국가와 개인 모두에게 다시 ‘축복’으로 바뀔 수 있도록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주창했고 최근 성남시가 주도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공공산후조리원 설립과 공적 산후조리 서비스 정책이 기존의 보육 및 교육이나 의료와 같은 한국적 ‘사회서비스’ 정책의 하나로 인정되어 전국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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