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개군중학교에 가보니 …
양평 개군중학교에 가보니 …
  • 신문사
  • 승인 2004.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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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을 굽어보는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주읍산 산자락의 개군중학교. 전교생 158명의 조그만 시골 학교에 요즘 개교 이래 가장 큰 일이 벌어져 있다. 전국 최강의 축구팀, 특히 ``공부하는 축구팀``을 만들기 위한 변신작업이다. 14일 오후.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한 무리의 아이들이 열심히 공을 차고 있다. 한달 뒤 창단될 개군중 축구부에 들어갈 초등학교 6년 선수들. 이달 초 전국에서 모인 유망주 34명이다. 부근의 4개 초등학교에 나뉘어 전학한 이들은 일반 학생과 똑같이 수업을 받은 뒤 오후에 이곳에 모여 훈련한다. 2주째 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은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 ``4강 신화``의 주인공 이기근(40)씨. 국내 프로축구에서 두 번(88, 91년)이나 득점왕을 한 그가 초대 감독이다. 내년 3월 입학을 하면 이들 34명만으로 한 학급이 편성된다. 담임도 정해졌다. 체육교사 황순권(43)씨다. ¨운동 못하는 건 뭐라 않겠지만 수업을 게을리하면 호되게 야단칠 겁니다.¨ 황 교사는 ¨영어.컴퓨터.한자처럼 생활에 꼭 필요한 과목을 중점적으로 가르쳐 선수로 성공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겐 축구행정가나 심판 같은 진로를 열어줄 것¨이라고 했다. 학교 기숙사에서 합숙 중인 이들은 12월부터는 매일 밤 미국인에게서 영어회화 특강도 받는다. 변신 실험은 김윤수(65)교장이 주도하고 있다. 양평 출신으로 스물아홉살이던 68년 이 학교를 설립한 사람이다. 군 시절까지 축구선수로 뛰었고, 배구 국제심판이기도 하다. ¨이농(離農) 현상으로 해마다 입학생이 줄어들면서 획기적인 변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80년대 초반에 700명선이었던 학생 수가 이렇게 줄었어요. 방향 전환이 필요했지요.¨ 70년대 한때 배구부를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그는 97년 카누부를 만들었다.¨하지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훈련에 내몰리고 수업시간에는 조는 운동기계는 결코 만들지 말자고 선생님.학부모들과 다짐했어요.¨ 천혜의 훈련장인 남한강에서 카누부 학생들은 방과 후 석양을 보며 열심히 노를 저었다. 그리고 전국대회에서 벌써 금메달 48개를 따낸 최강팀으로 컸다. 그 다음 카드가 축구였다. 자칫 폐교 위기로 가는 학교를 살리려는 노력에 경기도교육청에서 10억원의 예산지원을 약속했다. 감독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황 교사의 부탁에 이 감독도 쾌히 축구부를 맡기로 했다. ¨스스럼없는 분위기로 3년 안에 중학교 최강을 만들 겁니다.¨ 이 감독은 이들이 고교를 졸업해 진로가 결정될 때까지 여기를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김 교장은 내년에는 남녀 5명씩을 뽑아 골프부를 만들 생각이다. 양평군 일대 골프장들이 좋은 훈련장소가 될 것이다. ¨내후년에 배구부까지 부활하면 학생의 절반 이상이 운동선수가 됩니다. 지식과 신체를 고루 키워주는 특성화 학교가 되는 거지요.¨ 그는 3년쯤 뒤에는``생활체육 전문 고등학교``까지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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