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잘못됐는데 다리에 침을?
뇌가 잘못됐는데 다리에 침을?
  • 신문사
  • 승인 2004.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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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중풍(뇌졸중)으로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면 한방에서는 침(鍼)을 놓는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침술의 효과를 부정한다. 팔다리에 침을 놓는다고 운동을 담당하는 뇌 기능이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이론을 뒤집는 과학적 연구결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처음으로 나왔다.가톨릭대 의대 신경외과 전신수(全信秀) 교수와 동서한방병원 박상동(朴尙東) 원장 등이 공동 연구한 이 내용은 동양의학의 최고권위지인 ‘아메리카저널 오브 차이니즈 메디신’에 게재될 예정이다.▽마비, 침술로 풀 수 있다=현대의학의 관점에서는 손발은 뇌의 운동피질에서 내린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반대로 손발에 자극을 줬다 해서 뇌의 운동피질이 활성화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침으로 정확하게 자극하면 뇌의 운동피질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2001년 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A그룹에는 뇌중풍 마비 치료효과가 가장 높은 양릉천(陽陵泉)혈에 침을 놓고 B그룹에는 양릉천혈 주위에 침을 놓은 뒤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를 촬영했다. 그 결과 A그룹은 모두 뇌의 운동피질이 활성화된 반면 B그룹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한방 과학화, 돛 올렸다=동물실험에서 경락이 확인된 적은 있지만 실제 사람에게서 경락과 경혈의 존재가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반쪽 마비가 올 때 마비가 없는 반대쪽 팔다리에 침을 놓는다는 동의보감의 내용이 과학적으로 타당하다는 것도 이번에 확인됐다. 이번 연구결과 왼쪽 다리의 양릉천혈에 침을 놓으면 왼쪽 뇌의 운동피질이 활성화됐다. 과학적으로 왼쪽 뇌는 인체의 오른쪽을 지배한다. 따라서 왼쪽 뇌가 활성화되면 인체의 오른쪽 운동기능이 개선되는 것이다. 결국 마비된 반대쪽에 침을 놓는, 그동안의 침술치료법이 과학적 근거를 갖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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