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주고 수강생 뺏기…학원 제살깎기 경쟁
돈주고 수강생 뺏기…학원 제살깎기 경쟁
  • 신문사
  • 승인 2004.08.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명 데리고 오면 3만원
‘친구 한 명 데려오면 건당 3만원’ 학원가의 이웃 학원 수강생 빼내오기 경쟁에 불이 붙었다. 오랜 불경기와 <교육방송> 인터넷 수능강의 등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 따라 수강생이 줄면서, 일부 학원들은 돈을 주고 수강생을 끌어모으는 일도 마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살깎기 경쟁으로 중소규모 학원들은 폐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ㄱ학원은 올해 초부터 수강생들에게 친구를 한 명 데려올 때마다 3만원씩 ‘성과급’을 주고 있다. 이 학원 강사 송아무개(29)씨는 “이 일대 학원들은 현금과 상품권 등을 경쟁적으로 주면서 다단계 조직처럼 학생들을 모으고 있다”며 “우리 학원 원장은 친구를 데려온 학생에게 복도에서 공공연히 현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강생 몇몇은 이런 식으로 한 달에 30만∼40만원을 벌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런 현상은 지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 동래구의 경우 일부 학원이 5천원짜리 문화상품권을 4장씩 돌리며 학생들을 빼가자 다른 학원들이 ‘소개비’를 잇달아 올려, 이젠 수강생 한 명에 3만∼5만원까지 주고 있다. 이 지역 ㅅ학원 관계자는 “이웃 학원에서 돈을 주고 학생들을 빼가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만은 없지 않으냐”며 “하는 수 없이 맞대응은 하지만 경영 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불경기·교육방송 강의 여파…서울·지방 공공연히 자행 중소학원 부담 문닫을 판…당국 “법규 모호” 뒷짐만인천 ㅈ학원 박아무개(28) 강사는 “초등학생은 피자 무료쿠폰, 중학생은 문화상품권, 고등학생은 3만원의 현금을 주고 있다”며 “원장들은 ‘이러다 학원 몇 개 망한다’고 걱정하면서도 돈을 계속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출혈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의 ‘생존전략’을 마련하는 학원도 생겨나고 있다. 수원시 장안구 ㅁ학원 관계자는 “현금을 주는 것이 비교육적이고 재정적으로도 부담이 커 우리는 학원비를 내거나 교재를 살 때 쓸 수 있는 ‘사이버 머니’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런 식으로 대응해서 돈으로 학생을 빼가는 다른 학원들에 대항할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창현 한국학원총연합회 홍보위원장은 “최근 학원 경영이 어려워지자 이런 편법을 쓰는 학원이 증가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협회 소속 학원들은 회의를 통해 서로 단속한다지만 비회원 학원들의 경우 손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학원들의 ‘불공정 경쟁’이 심각한 상태임에도 교육 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공범의식’ 때문에 학원장들이 공식적인 민원 제기를 꺼리는데다 단속 법규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강동교육청 관계자는 “돈 주고 학생을 모으는 행태가 심각하다는 얘기를 최근 한두 달 사이 두세 차례 정도 들었다”며 “하지만 정식 민원이 없고, 학원법상 처벌 규정도 모호해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굳이 처벌조항을 찾자면 ‘학원운영에 관한 부조리’ 조항 정도”라며 “공식 민원이 들어오면 그때 가서 이에 해당하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