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에 수저질’ 못 참는 당신은… 야식 증후군
‘달밤에 수저질’ 못 참는 당신은… 야식 증후군
  • 신문사
  • 승인 2004.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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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가능성 커
비만도 문제지만 정신적 원인 치료를
하루 종일 직장에서 시달리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편안한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 앉아 맛있는 것 실컷 먹으면서 텔레비전이나 보다 자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침은 시간이 없어서, 점심은 바빠서 대충 때우다 보면 저녁을 많이 먹기 마련. 게다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 밤이면 자신도 모르게 많이 먹게 된다. 다음 날에는 입맛이 없어 또 아침을 거르고…. 이른바 ‘야식 증후군(Night Eating Syndrome)’이다.■야식 증후군이란 무엇인가아침은 거의 먹지 않고, 저녁 식사에서 하루 섭취 칼로리의 대부분(50% 이상)을 섭취하며, 불면증 등 수면장애를 보이는 증상으로 최근 미국서 연구가 활발하다. 50여년 전에 식이장애의 일종으로 학계에 보고됐지만 지금껏 별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아직 정확한 정의도 내려져 있지 않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윤세창 교수는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때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울증의 일환으로 보는 견해도 있고, 야간에 특히 많이 먹는 폭식증의 한 형태로 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2001년 4월 미국의 의학전문지 ‘비만 연구(Obesity Research)’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미국인 중 정상 체중을 가진 사람의 0.4%, 비만 환자의 9~10%가 야식 증후군을 보인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특히 치료가 잘 되지 않는 중증 비만 환자의 경우 51~64%가 야식 증후군을 갖고 있다고 한다. 윤 교수는 “정확히 조사되지 않았지만 국내에도 환자가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첫째, 왜 밤에 많이 먹게 되는지 원인을 찾아야 한다. 야식 증후군은 스트레스, 우울, 불안, 자신감 상실 같은 심리적·정신적 문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평소에도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의 분비량이 정상적인 사람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자신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 식이장애 클리닉 ‘마음과 마음’의 이정현 원장은 “야식을 하는 진짜 원인을 치료하지 않고 다이어트만 강조하다 보면 A씨처럼 폭식증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식이장애 클리닉 ‘나눔’의 이영호 원장은 “중요한 것을 잃고 깊은 상실감에 빠졌거나, 결혼·이사 등으로 갑자기 역할이나 환경이 바뀌면서, 또는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밤에 많이 먹게 된다면 빨리 전문의를 찾아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모든 감각을 두루 만족시키면서도 아주 손쉬운 스트레스 해소법이기 때문에 혼자서 야식증후군의 악순환을 끊기는 매우 힘들다는 것. 둘째, 먹고 싶은 충동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먹고 싶다는 충동은 오래가지 않으므로 ‘5분만 참아 보자’는 식으로 먹는 것을 뒤로 미루고 열중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하면 식욕을 잊어버릴 수 있다”며 “명상·심호흡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면 충동적인 식욕을 다스릴 수 있으며, 정 먹고 싶을 땐 물을 마시는 게 좋다”고 말했다.셋째, 규칙적인 세끼 식사와 적당한 운동 등 다이어트의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식이장애 클리닉 ‘백상’의 강희찬 원장은 “아침·점심을 충실하게 먹고 몸을 충분히 움직이는 건강한 사람은 저녁을 특별히 많이 먹을 필요가 없고, 더구나 밤엔 잠이 와서 굳이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며 “세끼를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야식 증후군 사례직장인 A(여·30)씨는 언젠가부터 아침은 거르고, 저녁이 되면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해 잠자리에 들 때까지 계속 군것질을 했다. 1년여 만에 47㎏이던 몸무게가 70㎏으로 불어났다. 밤에 잠도 잘 오지 않았다. A씨는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하지만 낮에 다이어트를 하면서 밤에 먹는 양은 더 늘어났고, 결국 몸무게가 96㎏까지 늘어나면서 극도의 불안 증세가 나타났다. 남들이 자신만 쳐다보는 것 같아 밖으로 나가기도 싫었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다. 결국 서울 한 비만전문클리닉에 입원한 A씨는 세끼를 꼬박꼬박 먹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밤에 잠을 자기도 수월해졌다. 치료과정을 통해 A씨는 자신이 부모님의 지나친 기대와 가족 생계비에 대한 스트레스 등을 먹는 것으로 풀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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