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어 방송 떠나면 시골장터서 입담 풀것¨
¨나이들어 방송 떠나면 시골장터서 입담 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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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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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클럽과 함께 ``어록`` 책펴내는 MC 김제동::)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KBS 공개홀 분장실에 들어섰다. ‘윤 도현의 러브레터’ 녹화를 앞두고 분주하기 그지 없는 풍경과 맞 닥뜨린다. 방송 직전의 묘한 긴장이 흐르는 속에 누군가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후줄그레한 남방에 청바지 차림의 김제동(3 0)이다.무대 밖에서 그의 모습은 겸손하고 심지어 소심하기까지 하다. 담배를 꺼내 물 때마다 매번 주위의 양해를 구한다. 가벼운 질문 에도 뿔테 안경을 내려놓고 잔주름을 잡아가며 성의껏 답한다. 하지만 일단 마이크가 손에 쥐어지면 그는 돌변한다. 세치 혀 하 나로 수많은 관객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무대 위의 긴장을 즐 긴다. 비록 야유가 쏟아져도 관객들 앞에 섰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니 천상 MC다.“관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제가 말을 툭 던지면 바로 객 석에서 반응이 오는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어요. 야유도 좋죠. 야유를 헤쳐나가는 재미 아세요? ‘오빠, 재미없어요’하면 ‘ 아유, 사람이 어떻게 매번 재미있을 수 있어요’하고 반문하죠. ”그가 얘기하는 남을 웃기는 방법은 두 가지. 자신을 낮추거나 남 을 깎아내리는 데서 ‘김제동표 웃음’이 시작된다고 털어놓는다 . 하지만 그가 던지는 웃음이 밉지 않은 것은 반드시 스스로를 망가뜨린 다음 상대를 끌어내리기 때문. 항상 끝맺을 때는 박수 를 받도록 유도하는 반전도 건강한 웃음의 비결이다.“제가 군대 MC 출신이라 알고 보면 상당히 과격하고 가학적이에 요. 대신 제가 먼저 뻘밭에 들어가 ‘여기 머드팩도 할 수 있고 좋네요’한 다음에 흙탕물을 묻히면, 상대도 그다지 싫어하지 않 더라고요. 또 끝난후엔 출연자에게 항상 양해를 구하고 인간적인 유대감을 갖죠.”최대한 자신의 주변 실생활에서 웃음을 끌어내는 것도 비결 아닌 비결이다. “저희 집이 1남 5녀라고 하면 일단 웃고 보시더라고 요”하면서 너스레를 떤다. ‘꽃미남이 부럽다’ 털어놓고 ‘이 상형은 누구다’ 고백하는 솔직함도 김제동의 매력. 자신이 겪은 얘기를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얘기할 때처럼 전달하는 게 가장 효과가 좋단다.‘윤도현의 러브레터’를 비롯, SBS ‘야심만만’, KBS ‘해피투 게더’ 등 5개나 되는 프로그램에서 입담을 과시하고 있는 그가 가장 애착을 느낀 프로그램은 지난달 봄개편에서 막을 내린 MBC 농촌프로그램 ‘까치가 울면’. 어머니 아버지 같은 분들과 함께 웃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흙을 밟고 살아가는 분들만이 가지? ?웃음과 해학을 배울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그는 조만간 소극장에 관객들을 불러 소주도 한잔하면서 두런두 런 서로 고민도 털어놓고 얘기 나누는 이색 콘서트를 벌일 생각 이다. “더 나이 들어 방송을 안 하게 되면 딱 하나 꿈이 있어요 . 트럭 뒤에다 스피커 한조 싣고 다니면서 시골장터 같은 데 펼 쳐놓고, 사람들 불러모아서 노래자랑 같은 것 하면서 살 거예요. ”그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김제 동 어록’. 평소 책이나 신문에서 밑줄 긋고 외운 감동적인 구절 들을 이벤트 현장이나 방송무대에서 한두 마디 건네면 네티즌팬 들이 어록으로 묶어내는 것이다. “그냥 외워서 하는 설정일 뿐 인데 감동받는 것 같다”며 쑥스러워하지만, 적절하게 던지는 그 의 말은 재미에 감동을 더한다. 조만간 그는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책을 내 수익금을 뜻깊은 곳에 사용할 생각이다.실제 자신의 목소리보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목소리가 더 익숙 하고, 집에서 심심하면 혼자 마이크를 들고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인터뷰를 하며 논다는 김제동. 평생 관객들을 웃기며 살 고 싶다는 그는 타고난 MC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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