뭍 향한 그리움 바다에 묻은 ``외로운 섬`` 울릉도
뭍 향한 그리움 바다에 묻은 ``외로운 섬`` 울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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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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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항(강원도 동해시)에서 출발한 지 3시간 정도가 지나 도동항이 바라보일 때쯤, 괭이갈매기들이 시끄러운 울음소리로 뭍에서 온 여행객들을 반긴다. 선착장에 내리자 서울과는 확연히 다른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민다. 힘껏 심호흡 한번. 공해에 찌든 폐가 말끔하게 청소되는 느낌이다. 예부터 울릉도에는 없는 것이 3가지가 있는데 도둑과 뱀, 그리고 공해다. 울릉도가 그만큼 깨끗한 섬이라는 말이다. 큰 배 두척이 서로 비켜갈 만한 넓이의 도동항. 항구 양 옆으로 서 있는 깎아지른 절벽의 품새가 여행객을 압도한다. 항구는 배가 내려놓은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4륜구동 택시와 소형 버스로 시끌벅적하다. 울릉도 여행 코스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해안선을 따라 유람선을 타고 도는 해안일주 코스와 택시와 소형버스를 이용한 해안도로 일주 코스, 그리고 성인봉 등산 코스가 있다. 먼저 해안일주 코스를 돌았다. 울릉도의 절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코스다. 도동항에서 출발해 한바퀴 도는 데 6∼8시간이 걸린다. 사동을 지나 가두봉 등대를 거쳐 통구미에 닿았다. 통구미는 거북이가 마을을 향해 기어가는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 이름붙은 바위. 그 뒤로 국수를 말리는 모양을 닮은 비파산(일명 국수산)이 절경을 자랑하고 있다. 사자를 닮은 사자바위를 지나 남양항에 닿을 때쯤 해가 진다. 바다와 섬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낙조. 괭이갈매기들이 바다 위를 낮게 비행한다. 기상변화가 심한 울릉도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낙조다. 운이 좋았다. 남양에서 울릉도 서쪽인 태하까지 가는 길, 경사도 30∼40도의 고갯길이 S자 모양, 8자 모양으로 이어진다. 울릉도 운전기사들의 농담섞인 말에 따르면 강원도에서 내로라하는 운전기사들도 이 길에서는 두손 두발 다 든다고. 태하의 대풍감은 수십길의 해안절벽이 이어진 곳으로 유명하다. 검은빛 바다가 절벽을 향해 치솟는 장면이 장관을 연출한다. 울릉도의 해안일주 도로는 국내 도로 중 가장 비싼 건설비가 들었다고 한다. 1m당 193만원. 하지만 40년이 넘는 공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 섬목에서 내수전까지 4.4㎞ 구간에는 지형상 도저히 도로를 놓을 수 없다.트레킹에 관심있는 사람은 섬목에서 내수전까지 트레킹을 즐겨볼 만하다. 고로쇠나무와 후박나무, 해송이 울창한 숲길. 길섶에 핀 쥐오줌꽃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어느새 내수전이다. 2시간이 후다닥 지나간다. 도동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섬을 한바퀴 도는 유람선 일주는 해안도로 일주보다는 편안한 코스다. 크고 작은 섬들과 해안절벽을 감상할 수 있다. 내내 따라오는 갈매기들에게 던져줄 새우깡 한봉지를 준비하는 게 좋다. 갈매기와 함께 멋진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등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성인봉(983m)을 꼭 올라야 한다. 성인봉은 1,000m가 채 안되는 산이지만 해발에서 시작하므로 거의 모든 구간을 걷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왕복 4∼5시간 소요.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힘들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을 체험할 수 있다. 망향봉 케이블카로 오르는 ``독도전망대``(해발 495m)도 가볼 만한 곳. 해맞이도 좋지만 오징어잡이 어선들이 밤바다를 수놓는 울릉도 ``어화(漁火)``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울릉도〓최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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