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생명과학계 놀라게 한 시골 처녀
세계 생명과학계 놀라게 한 시골 처녀
  • 신문사
  • 승인 2004.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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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 것일까. 27일 경남 진주에 있는 경상대가 마련한 기자회견장. 이 자리의 주인공인 장호희(張顥曦.27)씨는 심한 감기에 목이 잠겨 있었다.경상대 생화학과 이상열 교수의 지도를 받아 박사과정(2년차)을 밟고 있는 張씨는 고향이 경남 고성인 ``시골 처녀``다.이 처녀가 세계 과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세계 최고 권위의 생명과학 전문학술지 ``셀(Cell)`` 6월호에 李교수와 함께 자신의 논문을 당당하게 게재한 것이다.한국 연구진이 주축이 돼 셀지에 게재한 네번째 논문이다.張씨의 논문은 ``질병과 스트레스에 대한 생체방어 조절 메커니즘의 규명``에 관한 것이다.체내에 존재하는 ``퍼록시레독신``이라는 물질이 평소에는 몸에 해로운 활성 산소를 제거하는 기능을 하지만, 질병과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다량으로 만들어져 몸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이 결과를 이용하면 이 물질의 양에 따라 노인성 질환이나 각종 암에 걸려 있을 가능성을 알 수 있다.張씨는 이미 질병 진단법에 대한 특허 출원을 마쳤다.張씨는 ¨석사과정에 입학한 1999년에 아이디어를 얻어 지난 5년간 이 연구에만 매달렸다¨며 ¨다른 연구팀에서 아이디어를 눈치챌까봐 석사 논문은 다른 주제를 택했을 정도¨라고 말했다.그는 실험을 완성하기 위해 석사학위를 받은 뒤 박사과정에 들어가지 않고 2년을 더 연구원으로 일했다.박사과정에 들어가면 수업을 들어야 하는 등 연구에 몰두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그래서 남자 친구를 사귀는 것도 멀리했다.張씨가 연구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경상대 생화학과 3학년 때 졸업실험 주제를 정하면서다.대학원에 진학하기로 마음 먹고 등록금과 수업료를 마련하기 위해 2년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과외도 열심히 했다.¨논문이 나오기까지 1년반은 오전 2~3시 퇴근이 다반사였어요. 고등학교 때 이 정도로 공부했으면 서울대도 충분히 들어갔을 것 같아요. 후회는 없어요. 시설과 연구환경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거든요. 결혼은 30대 중반 이후에나 생각해 볼래요. 지금은 실험이 좋아요.¨ 張씨는 ¨박사학위를 받은 뒤에도 학교나 연구소에 남아 실험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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