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재앙 신종전염병] 지구촌 괴질 공포…
[21세기의재앙 신종전염병] 지구촌 괴질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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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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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출혈열’ ‘니파 뇌염’ 확산 속도·지역 엄청나
치사율 90% 에볼라 ‘생물 무기화’ 가능성
태국 방콕에서 서쪽으로 3시간쯤 차를 몰아 도착한 칸차나부리. 2차대전 격전지이자 영화 ‘콰이강의 다리’의 무대로 유명한 이 도시에선 지난 2월, 2명의 조류독감 사망자가 발생했다. 베트남 북부 타이빈현(縣)의 신혼 부부에게서 시작된 조류독감은 태국으로 전파돼 태국서만 수백명의 유사 환자가 발생했다. 그중 9명이 조류독감으로 확진(確診)됐고 7명이 사망했다. 태국 ‘아웃브레이크(outbreak·전염병 등의 발발)’의 진앙지인 칸차나부리는 얼핏 평온해 보였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물어 물어 찾아간 교외 닭 농장의 주인 티와(62)씨는 “우리 마을서도 서너명의 (유사) 환자가 발생했다”며 “사람들이 우리 집 근처에도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십개에 달하는 티와씨의 계사(鷄舍)는 텅 비어 있었고, 한 곳에만 최근 새로 들여온 닭이 모이를 쪼고 있었다. 미국 애틀랜타의 질병통제본부(CDC) 전염병정보국(EIS) 사무실 입구에는 온통 시뻘겋게 표시된 상황판 형태의 미국 지도가 걸려 있었다. 1999년 8월 뉴욕시에서 처음 발병한 괴질(怪疾)이 전국 44개 주로 확산됐다는 표시였다. 이 괴질의 정체는 모기가 옮기는 ‘웨스트 나일 뇌염’. 지금껏 아프리카 지역서만 발생했으나 변형된 바이러스가 미국 본토에 상륙해 순식간에 44개주를 장악해 버렸다 현재 미국에선 매년 4000~5000명의 웨스트 나일 뇌염 환자가 발생하며, 치사율은 5~15%다. 지금껏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전염병이 세계 도처에서 속속 등장해 확산되고 있다. 결핵, 페스트, 말라리아 같은 오래된 전염병들도 다시 부활하고 있으며, 이것들을 막아내는 유일한 무기인 항생제는 내성 때문에 점차 위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20세기 말에 이미 ‘21세기는 전염병의 시대’라고 규정했으며, 감염병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14세기, 유럽 인구 3분의 1을 몰살시킨 ‘페스트 재앙’이 21세기에 재현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의 이목(耳目)이 온통 아시아 조류독감에 쏠려 있던 지난 1월 방글라데시에선 원인 불명의 괴질이 돌아 20여명이 사망했다. WHO 긴급 역학 조사단이 파견돼 조사를 벌인 결과 이 괴질은 1998년 말레이시아에서 최초로 발생한 ‘니파 뇌염’으로 밝혀졌다. ‘과일 박쥐’에 기생하는 ‘니파 바이러스’가 돼지에게 옮겨가서, 돼지를 통해 사람에게 옮는 전염병이다. 아프리카 지역에선 치사율 90%에 달하는 공포의 에볼라 출혈열이 다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 전염병인 에볼라는 1976년 아프리카 수단과 자이르의 시골 마을 주민과 의료진 397명을 몰살시키면서 출현했으나 거짓말처럼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19년 만인 1995년 자이레에서 재차 발생해 244명의 사망자를 냈고, 1996년에는 가봉에서도 발병했다. 사스가 한창이던 작년 봄에도 콩고에서 유행해 1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냈다. 미국 CDC 생물테러 대책반 폰 로빅 박사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방세계로 퍼지거나, 누군가 생물테러 무기로 사용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전염병은 후진국의 일만은 아니다. 미주 지역에선 웨스트 나일 뇌염 외에도 치사율 50%에 달하는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1993년 미국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주에서 최초로 발생했으나 급속도로 확산돼 현재 미국 전역과 남미 지역에까지 유행하고 있다. 미국서만 지금껏 336명의 환자가 발생해 200명 가까이 사망했다. 그 밖에도 유럽에선 인간 광우병이 유행하고 있으며, 미국·아르헨티나·일본 등지에선 O-157균 감염증도 확산되고 있다. 에이즈의 경우 지금껏 2000만명 정도가 사망했으며, 약 4000만명의 환자가 생존해 있다. 세계 각국의 전염병 발생 정보를 총괄하는 WHO 전염병 감시대응국 딕 톰슨 공보관은 “루머에 불과했던 정보가 수개월 또는 수년 뒤 사실로 확인되고, 발생 지역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전염병 재앙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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